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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거꾸로 읽는 세계사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7. 30. 23:55

20세기 100년의 역사를 책 한 권에 담다

 

  1988년 초판 출간, 1995년 개정판을 낸 후 절판했다가 다시 썼다.  1998년 28살의 나이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작가 유시민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제를 공부했다.  노무현 정부 때 복지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했고,  역사, 경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썼다.  정치적인 사건에 자주 언급되기도 한다. 

  이 책은 20세기의 굵직한 사건을 11개로 나눴다. 

-드레퓌스사건, 20세기의 개막(에밀졸라의 비판으로 지식인의 시대를 열다)

-사라예보 사건, 광야를 태운 한 점의 불씨(세계 1차 대전)

-러시아혁명, 아름다운 이상의 무모한 폭주(레닌, 볼셰비키혁명)

-대공황, 자유방임 시장경제의 파산(루스베르와 히틀러)

-대장정,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의 신화(중국의 공산화)

-히틀러, 모든 악의 연대(2차 세계대전, 악의 비속함)

-팔레스타인, 눈물 마르지 않는 참극의 땅(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중동)

-베트남, 마지막 민족해방전선(누구도 차지하지 못한 나라 베트남)

 -맬컴엑스, 검은 프로메테우스(인종 불평등)

-핵무기, 에너지의 역습(여성평화캠프, 쿠바)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 20세기의 폐악(사회주의 소멸)

 

    20세기는 제국의 질서 속에서 남성 위주의 세계가 존재했던 19세기에서 출발하여 국민국가의 집합으로 정치는 젊어지고 여성이 참여하는 세상으로 거듭났다. 드레퓌스 사건은 언론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못지않게 권력을 행사하는 '제4부'가 됐다는 걸 보여준 20세기의 특유의 현상의 시작이었다. (42p) 언론은 개인이 운영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세운 회사이지만 '언론기관'이라고 칭하면서 마치 언론이 제공하는 모든 것이 사실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21세기인 지금도 언론은 기관으로서의 공공의 이익에 우선을 두는 보도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국민의 신뢰가 언론의 공정성과 균형 있는 보도인지를 증명해 줄 것이다. 

  나는 러시아 혁명 이후 세워진 공산주의가 어떤 이유로 몰락했는지 궁금했는데 작가는 "공산주의의 몰락원인은 권력의 쾌락을 이겨내지 못했다"(103p), 또 다른 이유로는 자유를 말살하는 공포정치,  중앙통제와 계획 경제의 비효율적 운영으로 경제 비효율을 낳은 점을 꼽았다.  우리 나라도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이 엎치락뒤치락 서로 세력을 차지하고 있다. 진보세력이 왜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가를 보면 그 또한 '권력의 쾌락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게 원인인 사례들이 아주 많다.  기득권인 보수세력이 옳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들도 기득권을 차지하는 위치에 서면 보수세력과 다를 바 없다는 게 국민들로 하여금 더 큰 배신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한다. 

 

   저자는 독일 국민들의 지지 속에서 나치 세력이 폭주할 수 있었던 원인을 '악의 평범성'이라고 언급한 한나아렌트의 단어를 '악의 비속성'이라고 바꿔 번역했다.  아렌트는 게슈타포 간부였던 아이히만이 자신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합법적인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을 두고 그가'타인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없어서 어떠한 소통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고, 자기가 저지르는 악을 악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말하면서 이를 '악의 비속성(banality of  evil), 비속함'이라고 말한 것이다. 독일 국민이 전폭적으로 히틀러를 지지했다고 하니 악의 연대로 600만명이 넘는 유대인의 학살이 자행된 것은 끝을 모르는 질주에 대한 독일 국민 모두의 책임이기도 한 셈이다.  독일 총리는 자주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한다.  사실 언제까지 사과해야 하는가를 묻는다면 영원히......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20세기는 과학의 발전으로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1950년대 정보기술, 디지털컴퓨팅의 기술이 경제 사회 시스템과 일상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시기였다. 이어 현재는 4차 산업혁명 시기로 인공지능, 생명공학, 첨단소재, 양자컴퓨터 등의 기술 융합을 시도하여 기존의 생산, 유통, 소통, 협력시스템을 파괴적으로 바꾸는 기술혁명, 일상의 삶과 사회적 규범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지구의 주인이자 생태계 파괴자인 호모사피엔스가 신이 되려고 한다"면서 힘은 세지만 책임의식은 없는 신은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386p) 우리 앞에는 기후위기와 핵전쟁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 두 과제를 슬기롭게 극복해 간다면 어떤 다음 시대가 펼쳐질까? 저자는 '우주의 시간'에서는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다. 인간의 삶과 죽음은 특별한 의미가 없는 원자배열 상태의 일시적 변화일 뿐이라고 말한다.(367p) 

 

  저자의 글쓰기는 읽는 사람을 편하게 한다. 방대하고 어려울 것만 같은 이야기도 술술 풀어내는 힘이 있다.  경제를 전공한 분이라서 그런지 경제적인 면을 박식하게 다루고 있다. 요즘 쓰는 글을 알아보는 중에 저자가 책 이외에 칼럼을 쓰는 신문은 없지만 격주로 글을 올리는 곳을 찾았다.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1)에서 2주에 한 번씩 칼럼을 올린다.  글로 읽을 수도 있고, 들을 수 있기도 하다.  깨어있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 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