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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살아있는 것들은 다 행복하라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7. 28. 00:13

  살아있는 것들을 향한 메아리 

 

  법정 스님(1932-2010)이 쓴 글을 모아 류시화 시인이 2006년 책으로 펴냈다.  법정스님은 무소유를 실천한 분으로 유명하다. 주로 홀로 산속 오두막에서 수행하며 지냈고, 한 달에 한 편 글을 쓰는 것으로 사람들과 소통했다.  소유와 발전만을 강조하는 세상의 통념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선택한 가남과 간소함 속에서 본질을 발견하는 삶의 길을 역설해 왔다.  '무소유, 자유, 단순, 간소, 홀로 있음, 침묵, 말, 진리에 이르는 길, 존재에 대한 성찰, 당당함' 등이 주로 쓴 단어다. 

 -살 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라고 순간순간 자각하라.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렁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나라(p49)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러면 그가 서 있는 자리마다 향기로운 꽃이 피어나리라(62p)

-자신의 등뼈 외에는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는 중심잡힌 마음이야말로 본래의 자기이다.(p91)

-묵은 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라. 겨울 가고 봄이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라.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사네(학명선사)(p145)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너에게 주어진 몇몇 해가 지나고 몇몇 날이 지났는데 너는 네 세상 어디쁨에 와 있는가?-마르틴 부버, <인간의 길>(156p)

-보지 않아야 될 것은 보지 말고, 듣지 않아도 될 소리는 듣지 말고, 먹지 않아도 될 음식은 먹지 말고, 읽지 않아도 될 글은 읽지 말아야 한다. 될 수 있는 한 적게 보고 적게 갖고 적게 만나고 적게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237p)

-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다. (p247)

 

 김영한이라는 분이 <무소유>를 읽고 자신이 가진 <대원각>이라는 음식점을 시주하기로 했다. 그리고 10년 간이나 부탁하며 주지스님으로 계시기를 원했으나 끝내 거절하였고 죽은 다음에 그 절의 뒷마당 화원에 묻혔으니 그 절이 서울 길상사다.  김영한은 길상화라는 법명을 받았다고 한다.  <월든>을 쓴 조지소로우를 좋아해 월든 호수를 여러 번 찾았다고 한다.  조지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서 지낸 2년 남짓한 시간보다 더 철저하게,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자본주의에 맞선 분이다.  법정스님의 글을 모아 타고난 감성으로 엮어낸 류시화 시인의 편집 능력이 돋보인다.  성찰과 명상, 삶과 죽음, 살아있음과 철저한 고독을 날카롭지 않게 다듬어내는 능력을 가진 분이 류시화 시인이다.  나는 글의 맨 끝 구절을 다시 읽는다.  "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다."

 나도 언제부터인가 명상을 하거나 기도를 할 때 "이 땅의 모든 것들이 평안하기를~,  하시는 일들이 원대로 되시기를~"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내가 복을 받게 해 달라!"는 요청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