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흙.바람 +나

<서평> 장자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본문

서평쓰기

<서평> 장자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10. 11. 17:23

  저자는 유재근 한양대국문과교수다.  저자는 왜 <장자>를 읽어야 할까?라고 묻는다.  " <장자>는 문화를 싫어하고 자연을 좋아한다. 문화는 자연을 약탈하지만 자연은 자유를 남김없이 준다. 문화는 인색하나 자연은 한없이 너그럽다. <장자>는 문화가 주는 편리는 거추장스러워 오히려 불편하며, 문화란 것이 사람을 얼마나 불행하게 하는가를 보여준다. "(p.14.)  저자가 찾은 <장자>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

  <장자>는 우화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소요유>편의 "하루살이는 밤과 새벽을 모르고 매미는 봄과 가을을 모른다.", "뱁새가 깊은 숲 속에다 둥지를 튼다 한들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고 두더지가 강물을 마신다고 한들 그 작은 배를 채우는데 불과하다."는 식이다.  비교적 짧은 문구로 제시되지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무궁무진하다.  <논어>는 <공자>라고 그 이름을 제목으로 쓰지 않고 토론하고 토의한다는 의미로 썼는데 제자들의 물음에 공자가 답을 말하는 형식을 빌었다.  플라톤의 <대화론>는 <논어>와 같이 토론의 형식을 빌었다. <대화론>은 '인간의 자기 발견'을 주제로 했다. <장자>는 우화로 구성하였고, '인간의 자연 발견'을 주제로 하며 자유, 무심, 무위를 자연으로 보았다면 반대로 문화는 유위(有爲, 인위적임)으로 보았다. 

 

 십 년 전 쯤에 누군가 내게 이름을 지어준 적이 있다.  그때 받은 이름이 <허심(虛心)>이다.  잊고 지내다가 며칠 전에 청소를 하던 중에 인장(印章)을 발견했다.  허심(虛心)을 <장자>에서 보게 되니 반가웠다. 허심은 "사물의 변화에 자신을 맡겨 무엇에고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말한다.(p.162 ) "명예의 표적이 되지 말라. 모략의 창고가 되지 말라. 일의 책임자가 되지 말라. 지혜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 무궁한 도를 터득하고 허심에 노닐어라. 자연이 준 것을 온전하게 하고 스스로 얻는 바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말라. 오로지 허심해 지는 것뿐이다. ", "지인(至人, 덕이 극치에 이른 사람)의 마음은 거울과 같다. 비치면 비춰 주고, 사라지면 그대로 그만이다. 자연은 그대로 거울 같고, 인간은 마치 상을 한사코 잡아두려는 비디오테이프와 같을 뿐이다. 자기를 주장하면 할수록 그 자기는 사라져 가고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 곳에서 그 자기는 살아있다. " 허심이라는 이름을 준 분이 말한 것이 <장자>의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구가하는 사람!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그 부분이라서 그 부분을 채우라고 지어준 이름일 수도 있고, 반대로 가장 강점인 부분이라서 그 부분을 강조하라고 지어주었을 수 있으나 나는 첫 번째 이유라고 본다.  사방에 얽매일 데가 어디 한 두 군데 인가? 그럴지라도 훨훨 앞으로 나아가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인다.  <장자>에서 뜻밖의 나의 이름을 발견하여 길게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지금 듣는 음악은 비제의 <아를의 여인>이다.  프레데릭이라는 남자가 좋아하는 여인과의 결혼을 이루지 못해 자결하는 내용이며, 우리가 흔히 아는 플루트곡은 그리 맘에 들지 않는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하기 우해 결혼식이 준비되는 집 안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