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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훈의 시대> 본문
말속의 욕망, 훈(訓) 속에서 시대 변환의 답을 찾다
저자 김민섭은 <대리사회>, <나는 지방대 강사다>를 쓴 작가이고,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내용을 가지고 흥미롭게 엮어낸 글로 보인다. 그래서 시종일관 글의 내용이 학위 논문 읽는 정도로 정보 제공량이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날카롭게 다듬은 돋보기를 우리 사회에 들이대고 있다.
차례는 1부 욕망의 언어 훈에 대하여, 2부 학교의 훈, 3부 회사의 훈, 4부 개인의 훈으로 나누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 글은 한 개인의 제안이다'라고 말한다. 거리에서 수집한 훈을 제시하고 그 언어가 어떻게 시대의 욕망 안에 개인을 가두어왔는지를 드러내고, 그를 인식하고 폐지하고자 하는 시도로 비로소 낡은 시대를 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10p)
저자는 자신이 만든 메타언어 '훈'은 1) 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의 언어이고, 2) 지배계급이 생산, 해석, 유통하는 권력의 언어이고, 3) 한 시대의 욕망이 집약된 욕망의 언어다. 학교의 훈은 1895년 고종이 교육입국조서를 발표해 덕. 체.지(德. 體. 智, 지덕체, 체덕지, 덕체지...... 계속 바뀐다. 지금 학교는 지덕체 보다는 智智智다. 학교에서 덕과 체는 없다. 고등학생을 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상 앞에 앉아 공부 중이다. )를 교육의 강령으로 제시한 이후 서양의 교육학, 유교의 영향 등과 접목되면서 교훈, 교가로 자리 잡았다. '성실', '근면', '협동'은 교훈의 기본 단어로 등장하는데 여학교는 '참된 여성의 요람(부광여고)'등과 같이 여성성을 강조하고, 남학교는 '나날이 새로운 대한의 학도'(용산고) 등으로 남성성을 강조하는 양식을 보인다. 특히 여성은 여성성을 강조하는 교훈과 교가에서 배움이 자유롭지 못했음을 발견하고, 교가와 교훈을 바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사례를 소개한다. 그 반대도 있다. 선배들이 결코 허락할 수 없다고 우겨서 교가를 바꾸지 못한 학교도 있다.
2부, 회사의 훈에서는 창업자의 훈이 어떻게 회사원들에게 자리잡는지를 보여준다. 배달의 민족으로 알려진 (주) 우아한 형제들은 '송파구에서 일하는 법 11가지'로 유명하다. "치킨은 살 안 쪄. 살은 네가 쪄." 유머와 위트가 섞인 이 말에서 엿보이듯이 이 회사의 핵심 가치는 {교율 위의 자율, 스타보다 팀워크, 진지함과 위트, 열심만큼 성과}라고 한다. 글자의 운율을 살려서 입에 착 붙는다. 그럼에도 인재상은 올드하기만 하다. '근면성실, 근검절약, 새 시대 새 일꾼, 배려와 협동'이 인재상이다. 학교의 훈에서 보인 근면, 성실이 여기서도 보인다. 어렵고 거창한 훈보다 익히 알고, 이미 알고 있는 언어들이 기억된다는 걸 보여준다. 대기업의 훈은 사원들이 기억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취업을 하기 위해 외우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특별한 건 삼성그룹의 <삼성헌법>이다. "인간미, 도덕성, 예의범절, 에티켓은 삼성인이 모두 반드시 지켜야 할 우리끼리의 약속이자 <삼성헌법>이다.......-삼성헌법 중에서- 세계 최일류기업을 지향하는 삼성도 별난 걸 요구하지는 않는다. 기본 중의 기본을 말하고 있다.
3부, 개인의 훈에서는 책꽂이에 대해 언급하는 장에서 공감하였다. '책꽂이는 그 공간을 점유한 사람이 내재화한 '훈'이다. 사실 책꽂이처럼 언어를 전시해 둘 수 있는 공간도 별로 없다.'(225p) 절대 공감한다. 내 책꽂이에는 '수업, 어른, 교육, 시대, 공간'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책꽂이는 주인이 추구하는 것들을 품고 있다. {1993년생 김민섭씨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는 삭막한 세상에서 각별한 이야기를 발견한 듯하다. 저자가 일본 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때 비행기표를 누군가를 위해 제공하고자 했을 때 278명의 사람이 제2의 김민섭 씨를 위해 254만 9천 원을 모아주었다. "왜 저를 도와주었나요?",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암담한 미래만 보이는 것 같아도 우리 사회는 미래가 밝다. 이런 분들이 주변이 참 많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제시한 '제안'이라는 말의 답은 245쪽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한 공간의 훈을 바꿀 위치에, 우리 모두는 언젠가 오르게 된다. 그 때 자신의 몸에 여전히 물음표를 간직하고 있다면 그것을 추억하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크고 작은 제도와 문화를 바꾸어 간다면 우리 사회 역시 변화하게 된다.' 개인이 모여서 사회가 된다. 그러니 개인이 바꾸면 사회는 바뀐다는 너무나 단순한 답을 저자가 말한다. 그러나 추억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기억하고 바꾸려는 용기와 설득력, 인내심, 선한 영향력 등이 있어야 가능하다. 무겁게 짓누르던 과거의 그림자 같은 훈을 밝은 미래의 햇빛 같은 훈으로 바꿔나가려는 마음을 모으는 일은 개인의 삶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을 저자는 알고 있고, 그런 가능성이 독자에게서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저자와의 대화는 끝났으나 여운은 남았다. 여기저기 훈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우리를 가르는 훈들이 분명하다. 저 훈들을 붙들어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말간 속이 나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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