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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8. 3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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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8. 30.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8. 30. 17:37

4년 6개월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새로운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새 직장은 구도심  한가운데 있다. 제법 숲이 우거진 야트막한 산과 아파트. 빌라, 주택들이 빼곡한 곳이다. 변두리 지역의 교회는 동네의 랜드마크다. 평일 오후 시간나면, 혹은 시간을 내서  마당 가장자리에 우뚝 선 느티나무의 나무그늘을 빌리고, 그 아래서 플루트 소리를 다듬던 어느 한 때 초보 시절을 지켜봐 준 언덕 위의 나무에게 인사를 한다. 비를 맞고 말이 없이 서 있다.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이 툭  투둑 떨어지는 소리, 자그맣게 들리는 빗방울 소리가 크고 또렷하다. 사위가 고요한 이유다.  
  작은 언덕이라도 올라서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머물다 떠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30년 넘게 해 온 슈퍼를 올해 그만둔 팔순의 멋쟁이 할머니사장님, 그 옆에서 사시는 성실한 농부이장님,  다리 건너 친절한 카센터 사장님, 그리고 복지센터 팀장님.
  그리고 나무하나 풀 한 포기에게도 인사를 고한다. 덕분에 잘 지냈고, 앞으로도 평안하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