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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

고구마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0. 10. 7. 11:34

오산천 가을

지난 4월 27일에 학교 텃밭에 고구마를 심었다.

고구마는 심은 지 130일 정도가 지나면 캘 수 있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고구마줄기를 걷으면서 한 줄기를 캐보니 4개가 나왔다.

하나의 줄기를 심어 4개의 수확을 얻었으니 감사하다.

 

한겨울 고구마를 싹을 틔울 때는 한 개의 고구마덩이에서 여러개의 줄기를 얻을 수 있다.

요즘에는 대부분 모종을 파는 시장에서 싹을 사서 심지만 예전에는 해묵은 고구마를 심어 싹을 틔웠다.

아마도 설이 지나면서 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심기는 4월쯤 심으니 두어 달은 싹을 틔우나 보다.

 

올해는 비가 자주와서 고구마가 실처럼 가늘고 맛이 덜하다는 동네 어른의 말씀을 듣고 우리 학교 텃밭의 고구마도 그럴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알이 굵고 실하다.

'옆에 있던 주무관이 요즘 이렇게 크면 대접을 못 받아요. 주먹만 해야 먹기에 좋아요. ' 한다.

요새는 고구마도 이뻐야 하나 보다.  모양도 아기자기해야 쓰임을 받나 보다.

 

모두가 참여하는 고구마캐기 축제를 만들기 위해 먼저 고구마 줄기를 걷고, 풀나지 말라고 고랑마다 깔아놓은 부직포를 걷고, 부직포를 눌러놓은 침을 뽑아서 모은다.  먼저 그 작업을 스스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하다.

 

우리 삶도 누군가의 수고로움에 의해 조금은 편안하고 안락하다.

그 수고로움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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