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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스즈메의 문단속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3. 29. 23:16

   감독은 신카이 마토코로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 등의 애니메이션이 그의 전작이다.   스즈메는 네 살 때 대지진으로 엄마를 잃었다.  그 후 꿈속에서 엄마를 찾아 헤매는 꿈을 자주 꾼다.  그런 스즈메가 자연 재난을 봉인하는 작업을 대를 이어서 하고 있는 소타를 만나서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 등의 큰 도시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막는 역할을 수행하던 중 소타를 잃게 된다.  스즈메는 소타가 있는 문 너머의 세상으로 소타를 구하기 위해서 떠나고 거기서 다이진이 자진해서 희생한 덕분에 소타를 데리고 현실로 돌아온다.  돌아오던 중 매번 꿈에서 본 엄마의 모습이 사실은 엄마가 아닌 자신임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린 스즈메에게 자라면 밝은 미래가 있을 거라고 위로하고 어린 스즈메를 문 너머로 보내고 그 문을 봉인한다.  처음에 이모와 살던 마을 뒷산 폐허에서 문을 연 이후 스즈메의 여행은 시작되었고, 세상을 구하는 역할을 하면서 스즈메의 역할을 문을 닫는 역할이었고,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에 갇혀있던 자신의 꿈을 문 너머로 보냄으로 인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아뢰옵기 송구한 히미즈의 신이여 

머나먼 선조의 고향땅이여

오래토록 배령(拜領, 공경하는 마음으로 삼가 받다)한 산과 하천

경외하고 경외하오며 삼가 돌려드립니다. " 

이 구절은 소타가 재난의 봉인자로서 지진 에너지 미미즈가 문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막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열쇠를 들고 신을 향해 외치는 말이다. 이 말이 끝나면 문의 자물쇠 구멍이 생기고 소타가 가진 열쇠를 이용해 자물쇠를 잠글 수 있다.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극도로 지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베지진,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은  피해가 컸으며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은 아직도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니 지진에 대한 공포심은 극심하고 그 공포가 이런 작품을 만들어 냈다. 재난을 봉인하는 작업, 지진 에너지, 재난을 막는 요석,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문을 닫으러 가는 이야기는 일본만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다.  이 영화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떠올리게 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터널을 지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섰다가 현실로 돌아오는 가족의 이야기다.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에 나제통문이 있다.  신라와 백제의 경계가 되었던 산에 터널을 뚫어서 길을 만들었다.  전라도와 경상도로 나뉘는 생활풍습과 사투리 등이 전혀 다른데 일본이 수탈을 위해 뚫었다는 설에 신빙성이 있다고 한다.  나제통문을 볼 때마다 저너머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만 같은 신비로움을 느끼는데 이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문을  열면 저 세상이 보인다는 설정이 그럴듯하다.  일본이 애니메이션의 부흥을 위해 애쓰고 있나 보다. 지난달에는 <슬램 덩크>를, 이번 달에는 <스즈메의 문단속>을 이어서 두 번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았으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머지않아 한국의 젊은 상상인들이 새로운 작품으로 애니메이션의 장을 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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