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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기억(2)-2022.8.9. 본문
밤을 꼬박 새우고 온 지라 어떻게 잠을 잤는지 모르게 잠을 잤는데 깨어 보니 오전 7시다. 눈을 뜨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큰일 났어. 병원이래. 30분 전부터 심장마비가 와서 지금 심폐소생술하고 있대. 근데 심정지가 왔대." 아차! 싶었다. 너무 맘 놓고 잠을 잤나 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얬다. 어떻게든 빨리 병원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나야 할 것 같았다.
복무를 해결해야 하니 급히 상사에게 전화를 하여 사정을 말하고 물을 한 잔 마시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커피를 마시고 옷가지 몇 개를 챙겼다. 급히 차를 몰아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가니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고속도로 입구는 이미 꽉 막혀서 빠져나갈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 혹은 "운명하셨습니다."가 아니라 "심정지가 왔다."는 말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는가? 왜 병원은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빙 둘러 말하는 걸까? 너무나 간단한 결과이지만 혹시 돌아가시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만 앞섰다. 그러다가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밀려왔다. 서울로 병원을 찾아갔더라면 사셨을까? 그제 밤에 나의 결정이 옳았던 걸까? 하는 의혹도 생기니 가슴이 답답해 왔다.
고속도로 입구를 간신히 빠져나갔지만 차는 밀려서 앞으로 나가지를 못하고, 폭우로 출근 시간을 1시간 늦춘다는 문자가 온 게 보였다. 날은 덥고 폭우는 쏟아지는 날씨에 에어컨을 켜지 않아서 일까? 갑자기 손발이 저려오면서 숨이 차고 헉헉 거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열고 숨을 쉬어 보았지만 숨을 쉴수록 숨이 차고 손발이 저리다가 배까지 저려온다.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차를 세우고 깜빡이를 켰다. '도움을 요청하자!'는 생각에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고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다행히 내 차는 가장자리 차선에 있었다. 바로 옆 차선은 아니지만 한 차선 건너편의 차에서 창문을 내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의 도와달라는 소리를 듣고 내 차 앞에 차를 세웠다. "무슨 일이세요?", "119 좀 불러주세요. 숨이 안 쉬어져요." 내 차 뒤로 가서 지나가는 차를 보내면서 전화를 걸어서 119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답답함을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밖으로 나가서 두 발로 서면 나을까 하는 생각에 차 밖으로 나가서 차에 기대고 서 있었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위험하다고 차 안에서 기다리라고 말하는 그분의 안내에 뒷좌석에 누워봤지만 울렁증에 구토까지 느껴져서 두 발을 앞 좌석의 등받이에 올리고 배를 최대한 구부린 채 숨을 헉헉 대고 있는데 두 번째 파도가 밀려왔다. 다시 손발이 저리면서 배까지 저린 증상이 올라왔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산소가 부족한 증상으로 헉헉대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분명 차 안에 있어도 차 문은 열고 있었고, 비는 쏟아져도 공기는 충분한데도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숨이 막혔다.
119보다 먼저 도착한 것은 레커차였다. 차를 여기 두면 위험하다. 어디로 옮길 거냐고 묻는 소리가 들리자 정신이 들었다. 집에 전화를 걸어 내가 119를 기다리고 있다. 레커차가 왔으니 전화를 받으라고 통화를 하게 했다. 그러는 사이 119 구급차가 도착했다. 자동차 키를 레커차에 넘겨주고 가장 가까운 병원이라고 말하는 곳으로 나는 이송되기 시작했다. 침대 머리 쪽이 운전석 쪽으로 향해 있으니 차가 달릴 때 환자의 입장에서는 거꾸로 달리는 게 되는 구조였다. 멀미에 구토 증세까지 생길 지경이다. 구급 대원은 아무 처방도 하지 않고 코로나 백신 접종 여부를 묻고 나의 열을 재고, 혈압을 잰다. 37.9도라 고 한다. 숨을 못 쉬고 답답해하는 내가 산소를 부탁하자 산소 튜브를 건네준다. 빠른 길로 달려서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열을 재니 37.4도다. 그래도 한 번 열이 올랐으니 코로나 환자일지 모르니 응급실 중에서도 격리실에 배치되었다. 산소포화도 검사 후에 진정제 수액을 처방하고는 별다른 의사의 안내도 없었다. 진정제만 맞고 집으로 가라는 말만 들었다. 병명이 무엇인지도 듣지 못했다. 간호사에게 물으니 과호흡이라고 말한다. 난생처음 듣는 말을 들었다. 나의 증상은 '과호흡'이 문제였다. 답답한 마음에 너무 숨을 헉헉 거리고 쉰 탓이다. 더운 여름날, 비는 내리고, 차는 막히는 상황에서 에어컨을 켰다면 생기지 않았을까? 지금 와서 돌이켜 보아도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나로서도 뜻밖의 일이 발생한 것이다.
과호흡은 한번 호흡을 했을경우 체내에 드나드는 공기의 양 즉 일회 호흡량이나 호흡수가 증가하는 것을 과호흡이라고 한다. 과호흡의 경우 호흡에 따라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제거된다고 한다. 때문에 혈액 내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감소하여 저이산화탄소혈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니 결국 내가 생각한 산소 부족이 아니라 내가 숨을 헉헉 거리면서 쉬는 동안 이산화탄소가 너무 과다하게 빠져나가서 생긴 증상이었던 것이다. 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라고 한다. 요즘 코로나 블루로 인해 많은 분들이 호소하는 증세라고 한다. 자주 발생하면 과호흡증후군이라고 하고,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의 정신과적 치료를 요하는 문제라고 한다.
혹자는 비닐봉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과호흡 증상이 생길 때 입구를 좁게 해서 자신이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면 도움이 된다고도 전하고 있지만 의료기관에서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다고 별 방법을 제시하지도 않는 걸 보면 병원으로 와서 치료를 받으라는 뜻인가 보다.
나의 과호흡증상으로 인해 잠시 쉬면서 점심을 먹고 난 뒤 알아보니 고속도로라서 할증, 비가 내려서 할증이 붙어 레커차로 이송비를 13만 원을 내야 했다. 응급실에서도 11만 원을 내고 나왔다. 격리실까지 이용했으니 추가된 비용이 증가한 것이다. 차를 집에 두기 위해 다시 운전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멈췄던 그곳을 바라보면서 그 시간을 기억했다. 이제 비는 멈춰 있었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4시간 만에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이미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을 고향으로 정하고 천안에서 운송 차량이 장례식장으로 출발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가족도 집을 나섰다. 그 사이 아버지의 영정사진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집에 있던 사진을 들고 사진관으로 아들을 보냈다. 영정사진은 1시간 안에 만들 수 있고, 셔츠만 입은 사진에 양복을 입은 사진으로 바꿔줄 수 있다고 하니 포토샵이 좋은 기술이다 싶다. 고향에서 장례식장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영정사진을 찾아보니 생각한 것보다 잘 나왔다. 급하게 맡겼는데 15만 원이면 적당한 가격이다 싶다.
그런 저런 일을 겪고 고향집에 내려가니 어머니와 가족들이 모였고, 미국의 동생이 잠시 귀국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장례식을 늦추자는 의견이 모여지고 있었다. 화요일에 돌아가셨으나 동생은 목요일 저녁에 도착할 수 있다. 금요일에 입관을 하고 화장까지 하기로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시각에 아버지는 장례식장의 입관실 냉동고에 모셔져 있었다.
저녁을 먹고 언니, 동생과 함께 장례식장에 가서 절차를 의논하기로 했다. 비록 읍내라고 해도 3만명이 채 안되는 인구에 저녁 8시면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는 곳이라 그런지 장례식장도 입구에 불이 꺼져 있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 날은 장례식장이 모두 비어있는 날이어서 불이 꺼져 있었다고 한다. 직원은 24시간 사무실을 비우지 않고 운영되고 있었다. 모두 비어있으니 3실 중에서 원하는 장례식장을 골라 쓰면 된다고 하였다. 얼마나 다행인가?
장례식장은 외등은 꺼져 있었지만 한 분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우리 형제들 중 상조회에 가입한 사람이 없어서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이라서 식자재, 소모품 가게, 떡집, 꽃집 업체를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있었다. 지역 사정을 잘 모르니 직원의 안내를 도움으로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식자재, 제사용품, 소모품등을 구입하기로 하고 떡집과 꽃집도 선정하니 바로 사장님들이 장례식장으로 와서 떡의 종류와 꽃(제단 장식용과 조문객용 국화)을 가격대 별로 소개한다. 우리는 적당한 선에서 70만원대로 결정했다. 음식은 조문객 150명분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여 150명분에 맞춰서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식자재 구입은 마트에서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분들은 3명이 한팀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아침 7시, 오후 12시, 2시로 시작하는 시간이 다르고 끝나는 시간은 오후 10시로 정해져 있었다. 첫 날은 부고를 알리고 나서 이동하는 시간이 있으니 음식을 2시이후부터 준비하는 게 좋다고 말해서 그렇게 하도록 했다.
불과 얼마 전에 알게된 사실인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6.25참전 용사라서 국가유공자증을 소지하고 계셨다. 내가 취업할 때나 회사를 이동할 때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장례식장 이용료가 무료라고 한다. 거기에 화장장 이용료, 묘지 사용료도 무료라는 말을 들었다. 돌아가시고 나니 작은 혜택이나마 누리실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쓴다. 이 글이 나의 역사라서 길게 쓴다. 3일장이 아니라 5일장을 치러야 했던 이야기는 그리 쉬이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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