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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소년이 온다 본문
동호야, 동호야! 부르는 소리
소설은 시대상을 읽는 역사 자료다. 특히 어떤 사건을 계기로 세상이 달라 보일 때 소설은 그 사건을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다. 소설가가 해야 할 숙명이다.
1년 전인 2021년 6월이니 31년만에 광주를 방문한 셈이다. 내 눈으로 옛 전남 도청 건물을 보고, 금남로에서 자행되었다는 헬기 사격의 흔적을 확인하였다.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일들,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일들을 마주한 심경은 담담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함께 있던 지인이 물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어 봤어요?” 나는 못 읽었다고 했다. “그런 소설을 안 좋아해서요. 목적이 있어서 쓴 소설들은 읽기 싫더라고요.” 말을 그렇게 했지만 순간 부끄러웠다. 내가 사는 세상이 어쩌면 그들의 죽음 덕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도 <소년이 온다>를 집에 빌려다 두고 또 거의 1년을 묵힌 셈이다. 오늘 책을 꺼내 드니 딸이 묻는다. “엄마, 이제 그 책 읽을 수 있어?”“응, 한번 읽어보려고.” 지난 1년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책을 단숨에 두 시간 만에 읽었다.
19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에 반독재를 주창하며 세운 박정희 정권은 이승만 정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재로 20년간 통치했다. 흥망성쇠가 있으니 박정희 정권도 휘청이고 있었다.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부마항쟁이 있었다. 그 후 10월 26일 박정희가 죽자 대학생들은 대통력 직선제, 민주화를 요구하며 데모를 하였고, 1980년 5월 17일 대학교 휴교령이 내려진다. 전남 대학교 학생들은 학교는 학생들의 것이라고 휴교를 반대하고 학교에 진입하려다 학교에 배치 중인 군인들과 충돌하면서 5.18은 시작된다. 이후 10일간 광주는 교통, 통신이 통제된 채 군인들에 의해 진압 작전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은 이렇게 쓰지만 나는 그때 초등학교 6학년 이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광주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간첩이 나타났다. 는 이야기를 들은 게 전부로 기억된다. 이후 대학교를 입학한 1986년, 1987년은 민주화운동이 대학가에서 일어나던 때라 최루탄과 데모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지 않았고, 나의 후배는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나는 편안하게 살았다. 그들에 비하면.
저자 한강은 주인공 소년을 ‘너’로 칭한다. 소설에서 일인칭, 이인칭, 삼인칭 소설이 있다고 배웠지만 이런 이인칭 소설을 낯설다. ‘너’로 칭한 이유는 낯설게 하기일까? 아니면 너무 몰라서 미안한 마음인가? 저자의 낯설게 하기는 성공한 셈이다. 너‘가 누구일까를 생각하면서 읽었다.
’부마항쟁에 공수부대로 투입됐던 사람은...... 가능한 한 과격하게 진압하라는 명령이 있었다...... 특별히 잔인하게 행동한 군인들에게는 상부에서 몇 십만 원씩 포상금이 내려왔다. “뭐가 문제냐? 맷값을 주면서 사람을 패라는데, 안 팰 이유가 없지 않아?”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 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134쪽)
1979년 가을 부마항쟁을 진압할 때 청와대 경호실장 차치철은 박정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캄보디아에서는 이백만 명도 더 죽였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위가 확대되었을 당시, 군은 거리에서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화염방사기를 발사했다. 인도적 이유로 국제법상 금지되어 있던 납탄을 병사들에게 지급했다. 박정희의 양아들이라고 불릴 만큼 각별한 신임을 받았던 전두환은, 만에 하나 도청이 함락되지 않을 경우 전투기를 보내 도시를 폭격하는 수순을 검토하고 있었다. 집단발포 직전인 5월 21일 오전, 군용 헬기를 타고 와 그 도시의 땅을 밟은 그의 영상을 보았다. 젊은 장군의 태연한 얼굴. 성큼성큼 헬기를 등지고 걸어와, 마중 나온 장교와 힘차게 악수를 나눈다. (206쪽)
위의 소설과 달리 전두환은 자신이 발포 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으며, 오히려 본인도 희생자인양 자서전을 발표하였다. ‘그러면 누가 발포 명령을 하였는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나라가 행한 일인데 정작 책임을 질 사람은 없다. 군인들은 광주의 시민들은 빨갱이로 간주하였다. 적으로 보고, 탱크와 시민 수의 2배가 되는 80만 발의 총알을 배급하였다. 그러는 사이 희생된 사람은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아이, 여성, 아저씨 등의 시민이었다. 도청에 남아 총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극렬분자, 총기 소지자로 분류되었으며 고문의 후유증으로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다. 먼저 가족을 보낸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있다.
저자의 소설이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그저 얻어진 자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평범하게 장판에 엎드려 배깔고 숙제하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학생의 모습에서 어떻게 총을 들고 군인을 상대할 엄두를 낼 용기가 있겠는가? 그들은 총을 만져본 적도 없으며 총을 쏠 줄도 모르는 아이일 뿐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양심으로 지키는 시민들일뿐이었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광주를 방문하고 와서 읽으면 더 좋을 듯 하다. 옛 넘남 도청, 상무관 등 5.18 관련 유적지를 방문하고 나서 읽는다면 그 골목, 그 계단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몇 년 전에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도 도움이 될 수 있다. 518 기념재단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도 있다. (바로가기 5·18 기념재단 (518.org))
숙제는 끝났지만, 나의 삶은 남아있다.
사는 동안 잊지 않아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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