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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상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10. 5. 10:01

댑싸리

 

  연휴동안 남덕유산 자락에 머물면서 지내다가 도시로 돌아오니 도시에도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아침 일이 9시 30분에 시작되니 조금 시간이 난다. 오늘은 산책 방법을 바꾸기로 한다. 

 

  몇 주전에 비오는 날, 황구지천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커피를 마시고 왔는데 두고두고 그 맛이 기억이 남는다. 

그 맛의 기억을 찾아서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10여분을 갔다. 코스모스가 피었고, 아침 햇살이 퍼지는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기로 한다.

커피를 사고,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두 번째 가니 첫 번째 갔을 때는 보지 못한 큰 나무가 보인다.  

차를 세우고 커피를 들고 나무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간다.  언덕이라고 하기보다 데크를 밟고 올라가면 단숨에 나오는 둔덕 정도다.  데크는 밟는 기분이 참 좋다. 따라 올라가니 이 나무가 2001년 기준 수령이 250년, 높이는 20m라고 한다. 이름은 팽나무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존재다.  정자로 가니 ... 바닥에 600원이 있었다.  돈을 줍다니...

아침부터 기분이 좋네.....

 

  나무 아래서 한참을 서성거리며 바람을 맞고, 마을을 돌아보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작은 행복이다. 연휴동안 함께한 덕유산 자락의 바람이 아직 남아있었는데... 고목이 된 팽나무 아래로 불어오는 연노란 들판의 바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 팽나무 아래의 기운을 기억하고, 다시 코스모스, 메리골드가 핀 들길을 따라서 도시로 돌아온다.  좋아하는 주차 자리가 비어있다.  오늘은 또다른 방법으로 작은 행복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