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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성과상여금이 왜 효과가 없는가? 에 대한 고찰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4. 28. 17:04

 성과상여금에 대한 글을 쓰면서 생각했던 내용을 연구결과로 정리한 책이 있어서 옮겨 적어 본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야마구치 슈 지음)의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개인의 창조성과 혁신과의 상관관계는 높다.

'그렇다면 외부 자극으로 개인의 창조성을 높일 수 있을까?' 를 연구한 독일의 심리학자 카를 둔커(1940-50년대)가 연구한 내용이다.  먼저 성냥, 초, 압정을 담은 상자를 책상위에 놓고 테이블 위에 촛농이 떨어지지 않게 초를 벽에 붙이는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것을 과제로 주었을 때 성인은 약 7-9분 만에 압정통을 받침으로 쓰고, 벽에 고정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사실 한 번 용도를 규정해 놓은 물건의 용도를 바꾼다는 창조성을 이끌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경향을 카를 둔터는 '기능 인식의 고착'이라고 명명했다.

www.dentalarir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10696(위 그림의 출처)

 이 실험을 17년이 지난 후 프린스턴대학교의 샘 글럭스버그교수는 다른 측면을 밝혀내기 위한 실험에 이용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이 문제를 내면서 답을 빨리 찾아낸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더니 아이디어를 얻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1962년 실시된 실험에서 평균 3-4분 정도 시간이 더 걸렸다.

다시 말해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결과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되기는 커녕 오히려 저하되었다. 교육심라학에서는 이외에도 다양한 실험으로 대가, 특히  '예고된' 대가가 인간의 창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현저히 훼손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에드워드 데시교수, 리처드 쾨스트너교수, 리처드 라이언교수는 대가가 학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128건의 연구에 메타분석(단일 주제를 조사한 많은 연구물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종합해 고찰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든 대가를 예고하면 이미 재미를 느껴 몰입해 있는 활동에 대한 자발적 동기가 저하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에드워드 데시 교수의 연구에서는 대가를 약속하면 피험자의 성과가 저하되고, 예상 가능한 정신 측면에서의 손실을 최소한도로 억제하거나 또는 성과급이 기대되는 행동만을 하도록 만든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즉, 대가를 약속받으면 높은 성과물을 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대가를 얻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스스로 과제를 선책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전적인 과제가 아니라 가장 많은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과제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경영학 분야에서는 아직도 대가가 개인의 창조성을 자극해 높인다는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  엔론이라는 에너지회사에서의 사례를 언급하여 성과급 정책을 언급한 게리 해멀 교수의 사례는  '조직원들 사이에서 정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아닌 재빨리 큰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엔론은 2000년대 초반 주가가 솟구쳤으나 분식회계가 드러나 2001년 파산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근과 채찍이 아닌 무엇이 도전을 하게 하는가? 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볼비는 유아의 발달 과정에서 유아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데는 심리적인 안전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아가 보호자에게 보이는 친근감과 애정, 그리고 보호자에게서 덜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감정을 '애착(attachment)라고 명명하고 애착관계를 맺은 보호자가 아이의 심리적인 안전기지가 되고, 이 안전기지가 있기에 아이는 미지의 세게를 마음껏 탐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당근과 채찍 보다는 큰 실패에도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사고가 주어질 때 아이와 마찬가지로 어른도 미지에 세계에 대한 도전이 가능하다. 이는 "자발성"으로 설명된다.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창조성을 발휘하여 사회가 요구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공무원 성과상여금은 논란 끝에 결국은 4월 30일에 지급될 예정이다.  위의 이런 연구와 책들은 정부의 인사혁신처에서 <성과상여금>을 업무로 하는 직원들이 읽고, 연구자들에게도 먼저 이런 책들을 읽게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공무원 성과상여금의 계기가 된 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은 벌써 23년 전의 일이 되었다.  현장에서 혁신을 바라는 목소리가 많은데 이런 목소리를 듣는 정책 기획자들이 있다면 2022년 3월에는 성과상여금으로 서로 얼굴 붉히고, 언성을 높이는 성과상여금 기준을 놓고 벌이는 조직원들끼리의 논란을 빚지 않고,  화합하고 협력하는 희망적인 조직 문화를 키우자는 목소리가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까? 

  현재의 성과상여금 문화가 존재하는 한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들끼리의 협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