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이 없는 교육기본법으로 바꾼다?

  교육기본법을 개정한다고 의견을 조회한다는 공문이 왔다.

개정 목적이 표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교육지표로 적용하기 어렵다. 교육이념과 목적이 구체적이지 않고, 학교 존재 목적도 명확하게 밝혀 학생들의 행복한 삶과 더 나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당연한 말이다. 어렵고 추상적이면 바꿔야 한다. 

개정안을 살펴본다.

 

-(현행)제2조(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전문개정 2007. 12. 21.]

 

(개정예정)제2조(교육이념)교육은 모든 시민으로 하여금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시민으로서 사회통합 및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어? 이상하다. 홍익인간이라는 이념이 없다.  우리 나라의 가치 의식의 가장 근간이 되는 이념인 '홍익인간'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무엇을 근본정신으로 그 위에 민주시민교육이 설 수 있다는 말인가?

 

홍익인간에 대해 네이버 초록창에 물었다. 이런 답변을 얻었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기이편(紀異篇)>에 실린 고조선(古朝鮮) 건국 신화에 나오는 말로,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나라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최고 이념으로, 윤리 의식과 사상적 전통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단군(檀君) 신화에는 우리 민족의 가치 의식이 그대로 나타나 있을 뿐 아니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세상으로 나아가 도리로 교화한다’는 ‘재세이화(在世理化)’의 인본주의적이고 현세주의적인 윤리의식과 철학사상의 특질이 잘 나타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홍익인간 [弘益人間] (두산백과)

 

 

온고이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내 것을 소종히 여긴 후에 남의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리라.  민주시민교육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자유와 평등도 중요하다. 그런데 왜 홍익인간 이념이 추상적이고, 교육지표로 적용하기 어려운지는 해석이 없다. 다만 홍익인간은 안되고 시민이 강조되고, 자유와 평등을 앞세운다.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대혁명을 거치면서 교육의 3가지 가치를 자유, 평등, 박애로 합의하고, 모든 학교의 벽면에 자유, 평등, 박애를 새겨놓았다고 한다. 그럼, 홍익인간은 대신하여 나온 시민과 자유 평등의 개념은 우리 사회의 합의를 거쳐서 나온 단어들인가? 왠지 서양의 문물을 필터링 없이 수용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또, 왜 하필 이 시점인가? 코로나19로 사회가 잠시 멈춤 상태인데 말이다.  어디서 출발한 발상인지 궁금하다. 

 

(현행)제9조(학교교육) ① 유아교육ㆍ초등교육ㆍ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하기 위하여 학교를 둔다.

② 학교는 공공성을 가지며, 학생의 교육 외에 학술 및 문화적 전통의 유지ㆍ발전과 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人性)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全人的)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④ 학교의 종류와 학교의 설립ㆍ경영 등 학교교육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전문개정 2007. 12. 21.]

 

(개정예정)제9조(학교교육) ① (현행과 같음)

② 학교는 정의, 평등, 평화 및 관용을 지향하는 가치관과 건전한 윤리의식 및 책임감을 함양시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학생의 교육 외에 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하여도 힘써야 한다.

③ 학교교육은 학생이 개성을 바탕으로 자기발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학생의 자유를 존중하며, 학생을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④ (현행과 같음)

 

제12조(학습자) ①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

② 교육내용ㆍ교육방법ㆍ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마련되어야 한다.

③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학교의 규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교원의 교육ㆍ연구활동을 방해하거나 학내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전문개정 2007. 12. 21.]

 

(개정예정)제12조(학습자) ①⋅② (현행과 같음)

③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시민의식을 확립하고, 학교의 규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교내의 민주적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많은 전문 인력이 함께 만든 개정안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 모두의 공공선(公共善) 즉,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가? 

국민 모두의 공동선(共同善) 즉, 모두의 이익을 반영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현재 학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그 역할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사회가 요구하는 학교의 상과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학교의 상이 달라서 생기는 괴리에 대해서도 사회가 함께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때에 교육기본법을 개정한다고 하니 반갑기는 하나 정작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깊은 고민을 하고,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개정안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의견 수렴 기간에 좋은 의견들이 많이 수렴되기를 바라면서 의견서를 보냈다.  교육목적과 이념등의 교육기본법을 개정하는데 교원과 국민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