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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에 대한 고찰 본문

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

틈에 대한 고찰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0. 12. 4. 13:27

틈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틈: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

 

 일본의 한 회사에서는 100%의 완벽한 물건을 만들어 내고자 하였다. 그러나 100%는 있을 수 없었다. 오차가 1백만분의 1이라도 계속 생겨났다. 그래서 그 오차 범위 내의 사이는 인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틈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틈은 자연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길을 걷다가 아스팔트의 벌어진 틈사이로 꽃을 피운 노란 민들레를 본 적이 있는가? 그 민들레를 보면서 어떤 이는 희망을 찾고, 어떤 이는 쉼을 찾고, 어떤 이는 위로를 찾을 수도 있다.  와이셔츠의 단추를 목까지 잠그고 넥타이를 맨 사람과 넥타이를 풀고 단추 하나를 풀었을 때의 그 사람을 보면 어떤가? 셔츠의 단추를 하나만 풀어도 보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낀다.  그 사람에게 틈이 생긴 것이다.  외부와 소통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미친 사람이 머리에 꽃을 꽂은 건 그가 머리를 비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 사람은 그만큼 자유를 얻은 것이다.  머릿 속이 무언가로 꽉찬 사람의 머리에는 결코 꽃을 꽂을 수 없다. 그 어떤 것도 꽂을 자리가 없다. 우리는 교육을 말하면서 더불어 창의성을 말한다. 머리에 더이상 아무 것도 꽂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면 창의성도 비집고 들어가지 못한다. 조그만 틈이라도 생겨야 가능한 일이다. 그 틈을 일부러라도 열어두어야 가능한 일이다.

 

  틈을 만드는 방법은 놀이하기, 대화하기, 노래부르기, 책읽기, 멍 때리기, 그림그리기, 운동하기 등 일상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의도적으로 틈을 마련하지 않으면 그 틈은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늘 바쁘다. 왜 바쁜지 모르게 바쁘고, 그 바쁜 것이 사람을 계속 바쁘게 한다. 진자의 운동처럼 계속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바쁨은 계속된다.

 

  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하여 창문을 열어두면 봄에는 봄바람과 함께 새싹으로부터 오는 싱그러움이, 여름에는 햇빛과 어우러진 초록의 에너지가 축구공만하게 뭉쳐진 뜨거운 기운이 훅 하고 들어오고, 가을에는 높아진 가을 하늘이 낙엽의 향기와 함께 시원하게 들어온다. 이제 겨울이 되어 뺨이 얼얼하도록 불어치는 눈보라와 휘익 하고 소용돌이를 만들던 차가운 바람이 열린 창문을 통해 빈 틈을 헤집고 들어와 실내의 공기와 섞인다. 실내에 가득 찼던 답답하고 내밀하여 이미 시들어버린 공기가 살아 움직이는 차디찬 외부의 공기와 섞이면서 틈을 만들어 낸다. 생각의 틈도 만들어 낸다.  

고개를 살짝 돌리면 틈이 보인다.

틈은 좋다.

나는 빈틈을 가진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