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흙.바람 +나

식사 후 백보 걷기 본문

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

식사 후 백보 걷기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0. 11. 26. 13:33

아침 기온이 영도 언저리를 맴돈다. 어제는 서리가 내렸다. 텃밭에 심은 배추를 거두지 않고,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덮어둔 사람은 겨울에 먹을 요량인게다. 날씨가 추워지면 배추와 무는 맛이 달아진다. 그래서 가을 무는 인삼과 바꾸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한창 김장철이라 마트 앞에 한무더기씩 쌓아둔 배추와 무를 보면서 계절을 안다. 이제 머지 않아 눈이 내리겠군!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바로 책상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마주하기가 싫다.

어제는 아침 기온은 낮았어도 한낮에는 10도를 웃돌면서 햇살이 창으로 가득 들어왔다. 조회대는 학교 운동장을 바라보고 멋지게 지어졌지만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 나는 이 곳을 전용 발코니로 활용한다. 나의 전용 발코니에서 식사 후에 걷기를 한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다. 그저 푸른 빛이다. 울타리의 오래된 향나무가 빙 둘러쳐져 있어서 산책하는 내내 눈이 시원하다. 10m는 족히 되는 향나무 너머로 교회가 보인다. 교회는 언덕위에 있어서 뽀족한 십자가까지 쭉 뻗어 이 근방에서 가장 위풍당당하다.  아직 몇몇이 남은 플라타너스 잎들이 무성했던 여름날의 나무 수형을 생각해 보게 한다.

 한 번만 더, 한번 만 더, 하다가 10분을 걷고 들어온다. 햇살이 등에 남아 따뜻하다. 나에게 닿은 햇빛은 태양에서 얼마나 오래 전에 출발하였을까? 그 따뜻함을 등에 앉히고 이제 컴퓨터 앞에 앉아 노동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