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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단풍의 원리를 알고 보니 본문
요즘 단풍이 한창이다.
며칠 전 생태연구를 하시는 분에게 들은 말이다.
우리가 단풍이 들었다고 말하는 단풍의 원리는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식물도 동물처럼 물질대사를 한다. 물질대사를 하면 노폐물이 쌓이는데 '액포'라는 주머니에 배설물을 담아뒀다가 버린다. 늙은 세포일수록 액포가 더 크고 많다. 그런데 액포(배설물주머니)에는 카로틴, 크산토필, 타닌 같은 색소와 화청소라고 불리는 안토시아닌과 단 성분이 들어 있다. 이런 다양한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단풍의 고유의 색상이 만들어진다.
카로틴은 잎사귀를 붉고 누르스름하게
크산토필은 은행잎처럼 샛노랗게
타인은 갈색이나 거무스름하게
산성이면 붉은색
알칼리성이면 푸른색을 낸다.
액포에 당분이 많을수록 단풍의 발생이 훨씬 밝고 밝다고 한다.
가을에 맑은 날이 많으면 당이 많이 생성되어 단풍이 더 곱다고 한다.
식물이 본연의 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봄과 여름에는 광합성을 통해 성장과 결실을 거두어야 하기 때문에 엽록소를 만들어야 한다.
본연의 색들은 엽록소에 가려져 있다가 점차 기온이 내려가면 엽록소가 녹으면서 본연의 색이 보인다.
한살이의 끝이 되니 드디어 그동안 간직했던 본연의 색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단풍이라 부른다.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인생을 생각해 본다.
엄마, 아버지의 이름으로, 직장에서의 직함으로 살다가 50세를 넘기고 보니 아이들이 장성하여 스스로 둥지를 찾을 나이가 되었고, 나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도 되겠다 싶다.
여유가 생긴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시간에 매이지 않고 누릴 여유가 생겼다.
나의 본연의 색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저 내키는대로 해 보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면 된다.
이미 내 안에는 내가 가진 단풍의 색이 있기 때문이고, 그동안 다른 이름으로 사는동안 가려진 모습이 드러날테니 그저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10년전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를 생각지 못했다.
이제 10년후를 생각해 보니 지금 생각한 모습과 다를 것이다.
어제의 나는 지나갔다.
'오늘의 나'가 '내일의 나'가 될 것이다.
운동장 가장자리에 단풍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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