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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쨍한 사랑 노래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0. 10. 23. 16:14

    쨍한 사랑 노래

                           황동규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서가 아니라

그냥 마음없이 살고싶다.

저물녘 마음 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

이 부분에서 마음에 와 닿았다.

 

이번 가을 사랑하는 이웃의 두 사람이 가슴아픈 이별을 하였다.

스물 다섯의 아이를 먼저 보내고,  쉰둘의 아내를 먼저 보내는 이별

그 두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최애하는 사람들의 일이다.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 한동안 먹먹했다.

남은 분을 위해 기도를 해 주겠다고 했으나 기도문을 적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병이 났다.

한동안 아팠다.

계절성 우울증과 겹쳐서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위한 아픔이지 그 이웃을 위한 아픔은 아니었다.

 

나의 이웃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