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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슬픔의 방문 본문
슬픔의 쉴 자리를 책에서 찾다
저자는 시사IN 잡지의 장일호 기자다. 처음 책을 읽다 보면 이름만 보고 남자인가? 하면서 읽는다. 그러다 아! 여성 기자라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가진 고정관념에 부딪힌다. 책표지는 노랑과 주황의 중간색인 데다 가운데 여성성이라곤 없는 무표정의 여성이 커다란 검은 바둑돌 같은 목걸이를 걸고 있는 어성이 있다. 멍한 눈빛이다. 장일호 기자를 그린 게 아니라 이미 있던 그림이었다고 한다. 온 얼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장일호 기자의 글을 보여주는 대변하는 그림이다.
제목 <슬픔의 방문>은 책 뒷표지에서 유추할 수 있다.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질문을 들고 책 앞에 서곤 했다. 삶도, 세계도, 타인도, 나 자신조차도 책에 포개어 읽었다. 책은 내가 들고 온 슬픔이 쉴 자리를 반드시 만들어 주었다. 슬픔이 얼굴은 구체적이었다. ' 슬픔이 내게 왔을 때 그것이 삶에서 다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임을 저자는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과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의 순서를 '문장에 얼굴을 묻고'-'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 앞에서'로 정했다. 1부라 할 수 있는 '문장에 얼굴을 묻고'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기 해석 편이다. 어려운 가정 환경, 견뎌내야만 했던 유년의 시절을 담았다. 가족, 여성으로서의 삶의 과정들은 이삿날 햇빛 아래에 나온 장롱처럼 빛바래고 초라해 보이는 일상들이 대두분이라 누구도 꺼내놓고 싶어 하지 않는데 저자는 거리낌 없이 드러내 놓았다. '고통의 원인은 내가 아니라 사회다', '성범죄 특성상 가해자가 피해자의 수치심과 침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가 가시회되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들어 말하기가 어디 쉬울까? '수치심은 비밀 안에 싸여 있을 때나 존재한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분노와 분노 뒤에 온 자비심을 읽을 수 있다.
2부는 '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이다. 성폭력 사건에 정조를 거론하며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산다. 성폭력 피해자로 숨어 살기보다 '성폭력 생존자'로 살면서 '사람은 행복한 기억으로 살기도 하지만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살기도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우리는 여자애들이었다. 해도 되는 것보다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더 많이 배운 여자애들. 된다는 말보다 안 된다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자란 여자애들'(131)(강화길, <다른 사람>의 인용)로 살다가 이래선 안된다는 페미니즘을 알게 된 이후 또 다른 말을 발견했다. "하나만 물어도 될까? 어떻게 그 스캔들을 극복했어?"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했어."(135p, 개브리얼 제빌, <비바 제인>의 인용)으로 당당히 설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도 '효도는 셀프'라는 현명한 선택으로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실천한다.
3부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 앞에서'는 '책 속에 길이 있을까?'를 묻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삶도 세계도 타인도 나 자신조차도 책에 포개어 읽었다, 읽기는 자주 일기가 되었다. 쓰는 사람은 쓰지 못한 이야기 안을 헤매며 산다. 슬픔이 쉴 자리를 만들어 준 책'이라고 책 읽기와 쓰기를 말한다. '살아가는 일은 사라지는 일이다'는 말에서 나는 저자의 삶의 인식의 깊이를 가늠해 본다. '낙태, 임신, 암 치료, 아픔, 장례식'등은 누구나 한 번은 맞딱뜨려야 할 과제다. 자기 나름대로 그 단어를 규명하였다. 글을 쓰는 사람은 안다. 그 말이 자기 안에 고여서 머물 때 답답하고 우울하며 무엇엔가 체한 느낌이었다가 어떤 방식으로든 그걸 풀어서 글로 썼을 때의 시원함. 아마도 저자도 인생에 대한 자기만의 답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답이 없다 말하는 순간 답은 사라진다. 나는 무관하다 말하는 순간 답은 없어진다.'(238p, 양창모,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인용)
이 책은 [2024 평택의 함께 읽는 한 책] 도서로 선정되었다. 선정단이 뽑은 여러 책 중 으뜸으로 선정된 이유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여성으로서의 감정을 진솔하게 공유하고 '나도 별다를 것 없이 당신들처럼 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목소리로 들려서이지 않을까 한다. 내 딸, 내 이웃의 언니, 동생, 내가 아는 지인의 글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라는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나 솔직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기에 글은 매끄럽고, 단단하며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 책 속에서 다양한 부류의 저자와 그들의 말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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