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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2024. 1. 12. 본문
방학 동안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가장 불편한 점을 꼽으라면 아마도 점심 급식을 하지 않는 점을 꼽지 않을까 한다. 점심 급식시간은 단백질,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 지방 등의 균형 잡힌 영양소를 고려한 식단으로 구성되며 약 600kcal의 열량을 제공하는 식사로 마련한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인스턴트 음식이 아닌 집밥과 같이 따뜻한 한 끼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방 재정에서 지원금을 마련하여 본인 부담금이 없이 제공된다. 한때 돈 많은 재벌가의 자녀가 왜 무상급식을 먹어야 하는지 반대하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 한국은 유, 초, 중, 고등학교까지 무상 급식이 실시되고 있다.
학교 급식에 대해 거론하고 보니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하나는 급식판에 대한 생각이다. 학교나 군대의 급식판을 보면 밥, 국, 반찬 세 개의 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날 국이 없거나 반찬의 갯수가 세 개가 아니라 네 개일 때, 또는 두 개일 때는 민원이 발생한다. 왜 세 칸인데 한 칸이 비어 있는가? 왜 세 칸인데 반찬이 네개인가? 등등 이다. 거기에 더해 식판에 밥을 먹고 나면 한 곳에 모아서 잔반통에 버리게 되는데 한 군데 모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식판이 스테인레스이다 보니 밥알이 눌어붙어서 잘 떼어지지 않는다. 뜨거운 음식을 담으면 열 전도율이 높아서 금방 뜨거워지니 화상 위험이 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할 때도 굴곡이 있는 부분이 많아서 꼼꼼하게 닦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크다. 그런 이유로 나는 큰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 먹는 뷔페접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면 국그릇과 접시 한 개를 이용하니 갯 수는 두 개이지만 설거지를 할 때도 간편하게 정리되고, 반찬을 담을 때도 가짓수에 대한 고민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어른들은 사회에서 접시를 이용하는 게 대세인데 아이들과 학생들은 스테인레스의 식판에 먹도록 하는 게 위생에 효율적이라서 선택한 것일 수 있으나 일률적인 식사를 제공하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면 접시 사용을 권장하고 싶다. 가장 큰 이유는 급식 종사자들의 노고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급식 종사자들은 대다수가 50대 이상의 여성이다. 무겁고 거센 금속 소재의 식판과 가마솥보다 큰 조리 도구들을 다루는 일은 위험한 일이라서 이제 급식 종사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채용도 안 되는 형국이니 급식실의 조리 방법과 식판 등의 도구들에 대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두번째는 무상급식에서 출발한 사회소득에 대한 생각이다. 처음에 돈 많은 재벌집 자녀가 왜 세금으로 밥을 먹느냐고 시장직을 걸고 반대한 분도 있었으나 급식비 못 내서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학생 뿐 아니라 외국인 학생까지 무상 급식을 지원하니 학생들의 건강상태가 향상되었을 것이고 오히려 세금이 국민 건강을 위해 쓰여서 아픈 학생이 적어졌으니 그 또한 국가 경제적인 이득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며 전 국민에게 매월 일정액의 사회소득을 제공하는 건 어떨까? 노령연금을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것처럼 매월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100만원은 재벌에게는 아주 시시한 돈일 수 있으나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나온 사회 초년생이나 만 18세가 되어 보육원에서 쫓기듯이 나온 사회 초년생에게는 큰 지원금이 될 수 있다. 인간 존엄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일 수도 있으나 사각지대에 몰리지 않을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를 묻는다면 분명 돈이 많은 사람이 더 내는 것이 맞다. 그러나 재벌도 몇 억 혹은 몇 십억의 세금을 더 내겠지만 매월 100만원을 받는 건 같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생활비라도 마련되니 쪽방촌 어르신의 겨울은 좀 더 따뜻해질 것이고, 치킨집 아르바이트 학생도 좀 더 여유로운 미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쪼들려서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만드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그건 개인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인 책임일 수 있다. 사회의 개인도 책임이지만 가장 큰 책임은 정치를 하는 정치인과 정부의 사회 구조를 만들고 운영을 맡아서 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인간 존엄에 대해. 우리는 과연 평등한 세상에 살고 있는가? 나는 재벌과 거지를 평등하게 바라보는가? 돈이 사람을 바라보는 잣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회소득은 필요해 보인다.
학교급식을 생각하다가 생각이 너무 많이 나갔다. 급식을 가정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 주려고 한 것은 바람직한 제도였으나 학교 안에 급식, 돌봄, 방과후학교, 방역, 비정규직 일자리 등을 욱여 넣다 보니 학교는 너무나 다양한 일자리를 포괄하는 이상한 형태의 기관이 되었다. 이제 다시 '늘봄'이 들어오려고 한다. '늘봄'이 돌봄교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름만 다르고 일 하는 사람이 다르다. 이번 정부의 공약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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