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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2023. 12. 13. 본문
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일주일에 3일씩은 운동장과 화단 주변을 청소해 주신다. 주로 아침 일찍 나와서 2시간 정도 쓰레기를 줍거나 화단 청소, 낙엽 정리 등을 하시는데 거의 70대 후반 정도의 연세가 드신 분들이다. 어떤 날은 월요일에 이 분들이 안 나오시는데 그런 날은 표가 난다. 여기저기 주말에 놀다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눈에 띈다. 연세가 드신 분들인데도 책임감이 강해서 빠지는 날이 없이 꼬박꼬박 참여하신다. 매월 열흘 정도 봉사를 한다.
시니어클럽은 노인일자리사업으로 50세가 넘으면 참여가 가능하다. 퇴직자나 65세 이상의 노인분들이 일자리를 얻고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사회네트워크에 참여하여 건강생활에도 도움을 얻고 실질적으로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한다는 만족감을 갖게 된다. 20~60만 원 내외의 수당을 받으며 봉사활동 참여와 교육도 받는다. 학생 등하교 지원, 하교시간 청소년 지도, 이면도로의 꽃길 조성, 학교 급식 배식 지원, 학교 환경 미화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한다. 학교에서도 인력을 따로 고용하지 않고 지역 사회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되어 상부상조인 셈이다. 앞으로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점점 시니어클럽과 같은 노인 일자리 사업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봉사하는 날이라서 일이 끝날 때 쯤 사무실에서 따뜻한 쌍화차와 떡을 대접해 드렸다. 다행히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았다. 사무실의 의자가 바퀴가 달려있는데 바퀴 달린 의자가 어르신들께는 불편한 모양이다. 계단을 올라오는 일도 불편하고, 바퀴 달린 의자도 안정감이 없어 불편하다. 눈이 침침하니 휴대전화의 글씨는 큼직하다. 귀가 잘 안 들리니 전화 통화할 때도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 이런 늙음의 신체변화를 겪는 건 이 분들도 처음이리라. 건강하게 겨울을 지내고 내년 봄에 다시 와 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공존, 어린아이와 노인의 공존은 당연하다. 늙음도 당연한 일인데 우리 사회는 늙음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서로 존중하며 소득을 공정하게 나누는 일을 만드는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다. 그런 의미에서 시니어클럽과 같은 노인 일자리 사업이 확대되는 방향을 모색해 가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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