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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고 입는다고?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12. 8. 21:13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일상에서 쓰이면서 쇼핑유령이 따라붙었다.  집에서 컴퓨터를 켜면 직장 컴퓨터에서 조회한 상품이 떡하니 올라온다.  "어떻게 따라왔지?" 그림자처럼 나한테 붙어서 와서는 어느새 집의 컴퓨터에 쏙 하고 나타난다. "이래도 안 살 거야?" 하고 말을 걸어온다.  그 옆에 있는 물건에 호기심을 보이면 또 그 사이트가 내 눈에 가 닿기 좋은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거 말고도 많아.  한 번 둘러봐. 이건 어때?" 하고 자꾸자꾸 말을 걸어온다.  

  어떤 날은 가족들과 대화하면서  "요즘 00가 세일한대. 우리 거기 한 번 가 볼까?" 하고 말하고 돌아서서 휴대전화를 열면 거기 그 사이트가 떠 있을 때가 있다.  '혹시 우리가 하는 말도 엿듣고 있는 거 아닐까?  휴대전화로 가능한 거 아닐까? 사용자가 모르는 제조 회사의 비밀일지도 몰라. '하는 재밌는 생각도 해 본다. 

 

  그렇게 여러 번 보다 보면  안 사고는 기분이 나빠진다.  쇼핑을 좋아하는 나에 지는 날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우울해지는 날이고 그 우울을 상쇄하라는 요구에 못 이기는 척 옷을 산다.  배송을 기다리면서 옷을 입으면 얼마나 잘 어울릴 지 상상을 한다.  이 옷에 코디를 하면 어떨까? 내일모레 있을 모임 때 입으면 좋겠다...... 드디어 배송 시작되었다는 친절한 카톡 문자가 온다. 물건을 삼과 동시에 카톡 친구가 된다.  내가 동의를 했던가? 배송 완료 문자가 왔다.  집에 가서 옷을 입어볼 생각에 퇴근을 서두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택배상자를 먼저 연다.  요즘은 고급지게 택배상자 안에 세탁소 비닐 속에 옷걸이까지 든 옷을 보내준다.  그만큼 옷이 비싸졌다는 이야기다.  공정이 여럿이 늘었으니 당연하다.  옷을 입어본다.  어? 사이트에서는 분명 사이즈가 나에게 맞을 것 같았는데? 모델이 입었을 때는 옷 태가 좋던데. 나한테 왜 이렇게 꼭 끼지? 그래도 이쁘니까 반품은 하지 말자. 반품하면 반품 배송비를 내야  돼.  그리고 귀찮잖아.  참. 후기를 달면 적립이 되니까 후기는 써야지. "모델 핏이 안 나지만 옷을 참 예뻐요. 살 빼서 입어야겠어요.~~" 그런 옷이 자꾸자꾸 쌓인다. 옷은 옷장 문을 넘어 기어 나올지도 모른다. 

 

    광고를 막아주는 앱을 깔아볼까? 광고를 막는 앱을 깔면 사용하는 돈을 내라고 자주 요구한다.  돈을 내지 않으면 광고를 봐야한다.  쇼핑 유령이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산다. 오늘도 나는 쇼핑유령이 사는 컴퓨터를 열고 글쓰기를 하고, 음악을 듣는다.  광고를 보는 건 내 선택이 아니다. 주는 대로 봐야 한다. 컴퓨터 저 너머에서 누군가 있는 게 분명하다.  내 시야에 또 옷이 어른거린다. 지난 번부터 따라다니는 유령이다. 내가 옷이 아닌 다른 물건을 살 때까지 계속 옷 유령이 따라다닐 것이다.  네이버와 구글은 돈 버는 방법이 다르다. 네이버는 드러내 놓고 광고를 하고 구글은 깔끔한 척 하면서 광고를 한다.  도낀개낀이다.  유령은 어디가나 따라다닌다. 카톡안에도 있다. 광고는 이제 컴퓨터와 휴대전화 안에 가득하고 정보는 광고를 피해서 봐야 한다. 

 

"언젠가 살 빼서 입을 수 있을까?

'언젠가'는  오지 않을 날이다.

평생을 살아도 오지 않을 것이다.

현재가 미래가 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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