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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7. 10. 21:09

내가 주인인가? 컴퓨터가 주인인가?

  저자 니콜라스카는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이자 IT 미래학자로 정보 기술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하며 이에 관한 칼럼을 발표해 왔다. 정보기술이 인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발표해 다양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2008년 <애틀랜틱>에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가’라는 글에서 디지털 시대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결론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사고와 판단의 질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제공하는 ’정보의 양‘은 우리 사고가 그 ’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보다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뇌의 용량은 무한하지 않다. 인식에서 이해에 이르는 통로는 좁다. 정확도를 판단하고 연관성이나 가치를 따져보고 맥락을 파악하는 등 새로운 정보를 평가하는 과정에는 인내심과 집중력이 요구되는데, 인터넷은 의도적으로 우리의 인내심과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 우리가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 스크린을 들여다볼 때 보통 그러하듯 자극에 의해 뇌에 과부하가 걸리면 집중력은 산산조각이 나고 사고는 피상적이 되고 기억력은 나빠진다. 우리는 덜 사색적이 되고 더 충동적이 된다. 나는 인터넷이 인간 지능의 향상과는 거리가 멀고 지능을 더 저하시킨다고 생각한다.’(P6.)

 

 인터넷의 발달로 인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 강화되고 있는 부분: 인터넷의 발달로 손과 눈의 조화, 반사적 반응, 시각적 신호에 대한 처리와 같은 낮은 수준의 원초적인 정신적 기능이 상당히 강화되었다.(229) 훑어보고, 건너뛰고, 멀티태스킹을 하는 데 사용되는 신경 회로는 확장되고 강해진다. (233) 

 

* 약화되고 있는 부분: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할 때 배우는 것은 피상적 수준으로 숙련되기를 배우는 것이다. (미시간대학교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마이어,232) 깊고 지속적인 집중력을 가지고 읽고, 사고하는 데 사용되는 부분은 약화되거나 또는 사라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33) 인간의 정보처리속도는 극히 적은 양(주어진 시간에 2~4 요소)인데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의 홍수로 사람은 인지부하(cognitive load)를 겪는다.  우리 능력은 한계에 부딪히고 우리의 이해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문다. 높은 인지 부하는 우리가 경험하는 산만함을 확대시킨다. 결국 정보에 대해 분별없는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207~208)

 

사람들은 얼마나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을까?

2009년 기준 인터넷 사용 시간을 보면 북미 성인은 1주 12시간, 20대는 19시간 이상, 2~11세는 11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유럽 성인은 1주 8시간 정도다. TV시청 시간은  미국인 1주에 38시간, 유럽인 12시간이다.  2009년 기준 미국인은 나이와 관계없이 TV, 컴퓨터모니터, 휴대전화 스크린을 8시간 30분이 이상 보고 있다고 한다. (P.147) 

 

  나는 어떤가?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으로 날씨를 보고, 직장에 도착하자 마자 컴퓨터 모니터를 켠 후 8시간 동안 유지하는데 모니터를 보는 시간은 5시간을 넘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글쓰기를 하기 위해 모니터를 켜고 2시간 정도 유지한다. 나도 평균 8시간 이상을 모니터 앞에 있는 셈이다. 미국인과 다를 바가 없다. 아마 직장인이라면 대다수가 나와 같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통해 검색하고 음악 듣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아마 12시간이 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요즘 들어 한 두 쪽만 읽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안절부절 못하고 문맥을 놓쳐버리고 곧 다른 할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나는 다루기 어려운 뇌를 잡아 끌고 다시 글에 집중하려 애쓴다. 예전처럼 독서에 집중하는 행위는 어느새 투쟁이 되어버렸다.(p.25)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2022.10.28. 내가 1,000권 책 읽기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무엇일까?

   영국의 생물학자 존 재커리 영은  "인간의 뇌 세포는 사용할수록 말 그대로 더 커지고 발전하며, 사용하지 않으면 줄어들거나 사라져버린다. 따라서 모든 행동은 신경조직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긴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p.50) 주어지는 임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일 수 있다는 말이다.  

  1445년 구텐베르크(독일)가 금속활자로 인쇄술을 개발하면서 문자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결과 인류는 인쇄와 출판 경제의 변화를 경험하였다. (118p) 인쇄의 발달로 문자를 가까이 하게 되면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문화도 일반화된 것이다. 이로 인해 책에 담긴 이야기나 주장을 파악하는 훈련을 통해 보다 사색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성향을 갖게 되었다. (129p)  책이 나온 2010년은 인터넷의 발달로 변화가 시작되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수 그룹은 "독서는 예전처럼 사회적 기반의 소유물, 즉 독서계층이라 부를 수 있는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소수의 것으로 돌아가고 있다."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아는 것 같지만 실상 아무 것도 모르는 이들의 등장은 속임수가 난무하는 현 사회의 위기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화기가 그 안에 존재하는 프로파간다(정치 선동), 독단적 도그마(이성. 논리적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교리), 증오 등으로 당신의 식견을 무디게 해 놓을 경우 당신은 전화기가 쏟아내는 어떤 정보라도 믿을 것이다. (207p) 

 

"스마트시대, 우리는 더 똑똑해지고 있는가?"

  20년 전에 운전을 할 때는 내비게이션이라는 기계가 설치되지 않아서 두꺼운 지도책이 필수였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서 국도의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하였다.  이제 지도는 보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자동차에 카메라가 수십대 들어 있어서 전방, 후방을 운전석에서 볼 수 있으니 주차에 어려움이 줄었다.  지금도 자율주행 모드가 있다. 머지않아 자율주행 차가 나올 것이다.  이제는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낯선 곳으로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부정적인 변화를 위주로 말하고 있는 저자의  이 책은 사실 읽기에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만은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기업이 이익을 보고 있으며 우리는 또다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생각 자체도 프로그램되고 싶지 않다면 컴퓨터와의 연결을 잠시 꺼 놓는 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알면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을 끄는 건 쉽지 않다.  마치 모세혈관처럼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의 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게 인터넷이다. 그것을 우리는 24시간 옆에 두고 있다. 

 

구성은 어떠한가?

 1부 문자혁명과 인간 사고의 확장(컴퓨터와 나, 살아 있는 통로, 문자, 새로운 사고의 도구, 사고가 깊어지는 단계), 2부  인터넷, 생각을 넘어 뇌 구조까지 바꾸다 (가장 보편적인 특징을 지닌 매체, 전자책의 등장, 책의 종말, 곡예하는 뇌, '구글'이라는 제국, 검색과 기억,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인간)으로 나누었다. 

 

나라면 어떻게 썼을까? 이 책의 전제는 '인터넷에 정신을 쏟는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럼 뇌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다.  시종일관 네트워크에서 벗어나서 이 책을 쓰려고 애썼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주제는 이제 사람들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나는 IT전문가가 아니니 주변 사람들의 변화와 일터의 변화를 중심으로 썼을 것이며 미국이 아닌 한국의 통계를 중심으로 썼을 것이다.  그리고 성인보다는 청소년, 아이들의 변화에 좀 더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어떠한가? 2011년에 발행된 책을 10년 후인 2020년에 다시 개정판으로 내놓았다.  인터넷의 발달을 넘어서 메타버스라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요즘에 우리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를 묻는다.  조지 오웰의 책 <1984>의 세계는 문자 사용을 제한하고 엉터리 단어를 만들어 내서 사람들을 선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수 민족'(요즘 독서하는 사람을 이렇게 부른다)일지라도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문화를 유지해 나가야 <1984>와 같은 현상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