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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영화평]엘리멘탈 본문
6월의 영화는 <엘리멘탈>이다. 엘리멘트시티에 이민 온 불 가족이 정착하는 과정, 이민 2세대가 겪는 문화적 수용의 어려움을 그리고 있다. 한국계 이민자인 피터 손 감독이 만든 영화로 동양인이 미국에 이민 가서 정착하는 과정을 반영하였다고 한다. 주인공 소녀 앰버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얼마나 어렵게 생활해서 가게를 만들어 왔는지를 아니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인데도 아빠의 뜻을 거절할 수 없어서 가게를 물려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행복하지 않음을 안다. k-장녀(한국의 장녀가 부모를 떠나지 못하고 돌보면서 불행하게 여기는 감정들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의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불인 앰버가 물인 웨이드를 만나 규칙을 어기는 사랑에 빠진다. 원소끼리 섞이면 안 된다는 단 한 가지의 규칙을 깨고 사랑에 빠져 보니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앰버는 자신의 장기인 유리공예를 배우기 위해 웨이드와 함께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다.
엘리멘탈이라는 도시 속에는 공기, 흙, 물, 불이 모여 산다. "공기는 보통 머릿속에서 뜬구름 잡고, 흙은 남몰래 열매를 맺고, 물은 항상 어딜 들어가려고 하고, 불은 화끈하다. 이 도시의 단 한가지 규칙은 원소끼린 서로 섞이면 안 된다." 피터 손 감독은 사람들이 미국 이민 후에 겪었던 문화적 충돌을 화학적 충돌로 바꿔서 표현했다고 말한다. 이전에 시도하지 않은 방식인 4 원소의 특성을 살려 문화적 충돌, 이민, 가문을 잇는다는 전통과 자신의 개성을 찾아 나서는 자유 사이의 갈등을 표현했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색감이 화려한데 동양적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어서 미국 영화지만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다.
'물, 불, 흙, 바람'의 4원소를 영화의 주제로 삼았다고 해서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는데 불 앰버와 물 웨이드의 이야기에 집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바람, 흙은 자세하게 다루지 않은 면이 아쉬웠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든 영화일 거라는 예측을 깨고 가족, 사랑, 용기, 모험의 영화로 보게 되었는데 4 원소들의 특성을 살려 생의인화하여 표현하는 방식이 참신하였다. 불 앰버의 불빛이 탁하지 않고 맑으면서도 빨간색에서 자주, 보라로 바뀌면서 표현되는 기술이 놀랍고, 물 웨이드가 앰버에 의해 증발되어 사라졌는데 앰버 가족이 만든 슬픈 이야기로 다시 몸을 찾는 장면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보였다.
세상에 없는 기법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시도가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가슴뛰게 한다. 피터 손 감독은 "모든 사람에겐 영원한 '나이'가 있다."라고 말한다. 번역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모든 사람은 모든 나이를 갖고 있다'라고 해석하는 게 낫다. 일흔 살 할아버지에게 20살 청년의 모습이 있고, 7살 아이에게 70살 노인의 모습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영화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보인다. 픽사는 '협력'을 영화로 보여주는 회사이고, 이제 지구의 중심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이 영화가 보여준다. 아이들을 위해 만든 만화로 보이지만 아이 같은 어른, 어른이지만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 꿈꾸는 어른을 위한 만화다. 상상력의 한계는 끝이 없어 보인다.
앰버의 아버지가 고향을 떠나올 때 큰 절을 올린다. 앰버의 할아버지와 가족들은 그런 아버지를 외면했다. 그러나 앰버가 떠날 때 아버지는 맞절로 응원한다. 동양 3국(한국, 중국, 일본)의 인사인 절이 악수나 포옹보다 깊이있고 울림을 주는 인사임을 발견한다. 앰버의 도전과 모험이 이 영화를 본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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