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Tags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
- 나는 좋은 사람이다
- all the beaty in the world
- 배다리도서관
- 자유
- 새로운 산업
- 평택시 한 책
- 우리 반 목소리 작은 애
- 사진집
- 용기
- 티스토리챌린지
- 행복
- 브링리
- 왜우니 독서토론
- 헤어질 결심
- 평택독서인문교육
- 안중도서관
- 교육
- 서평
- #백석 #나태주 #한국시 #문학비교 #서정시 #현대시 #위로 #감성문학
- 휴가갈 때
- 오블완
- 나쓰메소세키
- 바닷가의 루시
- 브뤼헬
- 교육의 방향
- 불안은 긍정적 감정으로 몰아내라
- 최진석
- 리더
- 브링리 홈페이지
Archives
- Today
- Total
물.불. 흙.바람 +나
[서평]법정의 얼굴들 본문
잊혀질 사람들을 애써 기록하기 위한 판사의 글쓰기
저자 박주영판사는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다. 이 책은 두 번째 책이다. <어떤 양형 이유>에 이어 내놓은 이 책의 이유를 법정의 얼굴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글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잡는 도구(356p)라고 말할 정도로 글쓰기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다. 공보판사로 역임한 적도 있고, 읽고, 듣고, 쓰는 행위를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요즘 유행어로 '츤데레(겉은 무뚝뚝해도 마음은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읽히는 건 '나는 말은 자신이 없어도 글로 표현하는 덴 자신 있어!'라는 선언이다. 판사라는 직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고 하지만 여전히 글이 길고, 딱딱하기도 하고, 무겁다. 당연할 수밖에. 날마다 하는 일이 검사와 변호사의 논리를 듣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정의를 찾으려고 애쓰는 직업이니 그렇다. 가능하면 짧게 쓰려고 애쓰는 부분도 있지만 기사나 책의 인용을 주석으로 달고, 숫자로 발표되는 자료를 군데군데 실은 걸 보면 그의 직업적 글쓰기는 여전해 보인다. 나도 그렇다. 가르치는 일을 해서 그런지 늘 가르치려 든다. 벗어나려면 직업을 관두는 일이 이루어진 다음일 것이다.
유튜브 유재석과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뿔테 안경에, 경상도 말투에 동그란 얼굴의 소유자로 근엄하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하는 판사다. (요즘 유튜브로 저자를 찾아본다. 웬만하면 책 쓴 사람은 책을 홍보해야 해서 그런지 다들 나온다.) 특이한 점은 7년간 변호사를 하다가 경력법관제도에 의해 판사가 되었고 판사 경력은 10년이 넘었다. 변호사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경력이 판사로서 '법의 끄트머리에서 정의를 고민하는'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존경하는 판사를 미국의 '긴즈버그 대법관'이라고 하여 다시 검색해 보니 여성이다. 1933~2020까지 산 인물로 미국의 진보진영의 상징으로 여성차별과 인종차별의 극복을 위해 일한 인물이다. "내가 형제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우리 목에서 발을 떼고 우리가 똑바로 설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All I ask of our brethren is, that they will take their feet from off our necks, and permit us to stand upright....."19세기 노예해방가이자 여성운동가인 세라 그림케가 한 말을 긴즈버그 대법관은 좌우명으로 여긴다. (314p), 박주영판사의 좌우명은 '에너지보존의 법칙'으로 공짜 점심은 없고, 누군가 베푼 선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다. (313p)
저자가 나의 관심사 어른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결국 어른이 된다는 건 많은 사건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감정의 층위가 두터워져간다는 것이다. 어른은 다층적이고 복잡한 존재다. 어른은 수많은 세월 겹겹이 쌓여온 퇴적인간이다. 그러나 퇴적층은 마지막 모습만으로 굳어버린 이는 제대로 된 어른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은 포토샵의 레이어와 비슷하다. 투명 종이 여러 장에 그린 그림을 나라로 겹쳐놓은 상태다. 아래 깔린 그림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는다. 밑그림처럼 속감정도 배어 나온다. 모든 감정은 겹쳐져 비로소 하나의 표정이 된다. 웃듯 울고, 울듯 웃는다. 기쁘면서 슬프고, 슬프면서 기쁘다. 우리 모두 그렇게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성숙한 조문자가 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슬픔과 고통을 극복하는 첫 단계는 눈물 흘리는 동시에 입꼬리를 살짝 추켜올리는 일이다. 거울은 혼자 웃지 않는다. 인생의 장면접환은, 컷처럼 '슬픔 끝, 행복 시작'이라는 분절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디졸처럼 교차하거나 중첩되며 서서히 바뀐다. '(241p)
한국에 도입된 지 얼마 안된 배심원제도는 다수결에 의한다. 미국은 배심원 결정에 기속력이 있어 재판부가 뒤집을 수 없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또 미국은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제다. 다수결과 만장일치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본다. 섣부른 민주주의 타령으로 "다수결로 결정하자!"는 목소리가 많은 요즘 그 대안이 무엇일지 궁금하던 차에 만장일치제는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만장일치제는 단점으로 비효율성을 꼽는다.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진실에 도달하고, 편견을 해소하고, 차이를 이해한 바탕에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진지한 토론을 거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반면 다수결은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방식이지만 특정 집단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폭력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럼, 1명이 끝까지 고수하면 어떻게 되는가? 미국에서는 합의가 안되면 평결을 보류하고, 미결정심리를 선언한다. 이경우 검찰이 새 배심원단을 꾸려서 해결한다. (285~286p)
임은정검사의 <계속 가보겠습니다>가 권력의 횡포에 맞서는 당당한 도전이라면 <법정의 얼굴들>은 힘없고 나약한 노인, 여자, 청소년에게로 향하는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 저들을 내가 기록하지 않는다면 잊힐 얼굴들이지만 누군가 기억해 줄 때 그들의 인생도 의미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누군가가 바로 판사 자신이고, 자신의 역할은 법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의 마지노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평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행복한 교실을 위한 1.2.3 매직 (0) | 2023.03.20 |
---|---|
[서평]소년을 읽다 (0) | 2023.03.16 |
[서평]같이 읽자, 교육법! (0) | 2023.03.10 |
[서평]책만 보는 바보 (0) | 2023.03.05 |
[서평]어느날 죽음이 만나자고 했다 (0) | 2023.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