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Tags
- 왜우니 독서토론
- 평택시 한 책
- 휴가갈 때
- 새로운 산업
- 교육의 방향
- 자유
- 사진집
- 티스토리챌린지
- all the beaty in the world
- 최진석
- 우리 반 목소리 작은 애
- 안중도서관
- 헤어질 결심
- 행복
- 배다리도서관
- 용기
- 서평
- 브링리 홈페이지
- 브뤼헬
- 불안은 긍정적 감정으로 몰아내라
- 교육
- 나는 좋은 사람이다
- 오블완
- 리더
- 브링리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
- 바닷가의 루시
- 나쓰메소세키
- 평택독서인문교육
- #백석 #나태주 #한국시 #문학비교 #서정시 #현대시 #위로 #감성문학
Archives
- Today
- Total
물.불. 흙.바람 +나
[서평]책만 보는 바보 본문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게 하라!
역사를 배울 때 실학(實學)이라 하기도 하고, 북학파(北學派)라 부르기도 했던 선비들이 있었다. 이덕무,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박지원이 그들이다. 저자 안소영이 이덕무가 되어 여섯 벗과 어울려 산 백탑 아래 마을의 이야기부터 풀어낸다. 이덕무, 백동수, 박제가, 유득공 이들은 아버지는 양반이었으나 어머니가 정실부인이 아닌 첩이었기에 서자(庶子)로 출세에서 멀어진 사람들이거나 혹은 선대가 서자라는 이유로 대를 물려 서자로 살아야 하는 운명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선비는 글만 읽어야 하고, 농사나 장사를 하면 안 되었기에 가족들이 굶어도, 지붕에서 비가 새도 양반인 선비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 운명을 가진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의 가족들은 가난을 벗 삼아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백탑(원각사지 십 층 석탑, 서울시종로구종로 2가) 마을에 모여 살면서 책을 중심으로 나눈 우정, 서로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고, 있는 살림 없는 살림 가리지 않고 지낸 이야기는 정겹다.
박제가는 제 소신껏 말하는 재능을 가졌고, '얼버무려 말하지 말라'라고 주장하는 열정파라면,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을 갖고 진귀한 보물 모으듯이 했던 유득공은 역사파였다. 무예에 능한 백동수는 의리파요, 양반이면서 서자 이덕무가 폭넓은 독서로 식견이 높다는 말에 앞뒤 없이 이덕무를 찾은 이서구, 수학에 능하고, 거문고에 능하며 목마른 이덕무의 깨우침의 스승이 된 홍대용, 선입견을 버리고, 실질적인 삶을 영위하게 할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박지원, 정조 임금에게 우아하다는 평을 받을 만큼 글쓰기로 으뜸인 이덕무까지 있었으니 대단한 네트워크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나이 또래가 같지 않았다. 이십 대부터 오십 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었으나 서로의 학문을 인정하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우정의 공동체였다.
이덕무의 책에 대한 사랑은 나도 경험한 적이 있는 내용이라 밑줄을 그었다. '새로운 책을 구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책장을 펼치면 바람결에 와삭거리는 아득한 풀밭이 그 속에는 들어있을 것만 같다. 서늘한 풀냄새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나는 가보지 않은 길. 내 발자국으로 인해 새로워지는 길을 떠나려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풀잎들을 꼭꼭 다지며 걷는 것도 좋겠지. 아니면 그 만의 길을 위해 내가 눕힌 풀잎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놓거나.(127p)
연암 박지원은 이 들 무리 중 연배가 높은 편에 속했지만 예로써 대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네들의 눈과 귀를 그대로 잊지 말게. 눈에 얼핏 보이고 귀에 언뜻 들린다고 해서, 모두 사물의 본모습은 아니라네."(176p)라는 그의 말처럼 가련한 청년들을 이끌어주고 밀어주는 역할을 했다.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백성들에게 이롭고 나라 살림을 살찌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건 본받아야 한다. 비록 그 법이 오랑캐에게서 나왔다 하더라도 그렇다. 밭 갈고 누에치고 질그릇 굽고 쇠 녹이는 풀무질에서부터, 물건을 만들고 장사하는 법까지 모두 배워야 한다. 다른 사람이 열 가지를 배우면 우리는 백 가지를 배워, 먼저 우리 백성들을 이롭게 해야 한다. (열하일기, 180p)"이덕무를 비롯한 실학파들이 꿈꾼 세상은 연암 박지원이 꿈꾸는 세상과 같았다. 박지원과 박제가는 서로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닮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덕무가 마흔을 두 해 앞둔 1778년 중국으로 떠나는 사신단에 박제가와 이덕무가 다녀온 후 스물아홉의 박제가는 <박학의>를 책으로 냈다. 유득공은 <발해고>, 연암박지원은 <열하일기>를 썼다. 이후 정조 임금이 세운 규장각 검서관 직책을 맡으면서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서리수는 벼슬길에 올랐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나의 자리가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210p) 요즘 취업이 안되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조선시대에도 이렇게 마흔이 다 되어서야 벼슬길에 오른 사람도 있었다네. 희망을 가지시게.
'우정'이라는 골돌품처럼 낯설고, '경쟁', '성공'이라는 단어만 익숙해진 요즘 일곱 사람이 나눈 우정은 아름답다. "책만 보는 바보, 간서치(看書痴)"라고 비웃음을 샀던 인물이 학문에 매달려 지식과 덕을 쌓아 결국은 자신을 알아주는 인물을 만나 원하던 벼슬 길에도 오르고 우정도 나누었다면 아름다운 인생이 아닌가? 안소영 작가의 글은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매끄럽고, 재미있게 읽힌다. 강남미의 그림은 작가의 글을 섬세하게 읽은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글과 그림이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 책을 살려낸다. 이덕무가 보았다면 "나를 나답게 살려낸 이 책이 내 맘에 쏙 드오."라고 칭찬하지 않았을까? 연암은 "조선의 책답게 잘 쓰인 책이오. 대단하오." 하며 추켜 세웠을 성싶다. 몇 해 만에 두 번째 읽었다. 새롭게 와닿는 부분이 더 많아졌다. 백탑은 대리석으로 만들어 달빛에 비추면 하얗게 보인다고 한다. 백탑 아래 수표교에서 벌어진 음악회와 선비들의 즐거운 달밤 기행에 나도 다녀온 듯하다.
세상이 나를 알아보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말고, 세상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자신의 세상을 일군 사람들의 이야기는 훈훈하다. 안소영 작가의 '이덕무 되어보기'는 역사의 흐름을 끊어버리고 방황하는 한국인에게 옛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업으로 읽힌다.
'서평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법정의 얼굴들 (0) | 2023.03.13 |
---|---|
[서평]같이 읽자, 교육법! (0) | 2023.03.10 |
[서평]어느날 죽음이 만나자고 했다 (0) | 2023.03.04 |
[서평]시를 잊은 그대에게 (0) | 2023.02.26 |
[서평]멘탈리티 (0) | 2023.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