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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지정학의 힘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2. 3. 16:28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경계에 희망이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러시아가 시파워를 가지기 위한 절대적인 필요에 의한 전쟁이다. 거대한 땅을 갖고 있고,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세계도를 차지하려는 러시아에 딱 한 가지 없는 게 있으니 얼지 않는 항구다. 그래서 크림반도의 세바스토콜 항구를 2014년 차지했고, 이를 발판으로 주변을 차지하고자 2022년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사흘 만에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의외의 선전으로 1년 동안 지속하고 있다. 이제 얼음이 녹기 전에 다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다.  러시아가 하트랜드(herat land)로서 세계로 뻗어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지정학의 힘>을 빌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저자 김동기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 미국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한국 IT벤처투자 한국지사장, 방송위원회 방송위원, 살리스파트너스 대표 등을 역임했고 국제문제 연구와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시절에 읽은 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9년 미국의 트럼프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이 북미회담을 개최하고 판문점 회동을 할 당시만 해도 미국의 주도하에 북한과 한국이 통일 분위기가 짙어지는 건 아닌지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무산되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이념보다는 지정학이었다. 지리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강대국들의 욕망 또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반도가 지정학적 올가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정학적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지정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329P)'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지정학(地政學,  geopolitics)은 지리적인 위치 관계가 정치,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지정학을 연구한 학자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앞부분과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한국의 지정학을 연구한 부분으로 나뉜다.  특히,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부분은 지정학을 주장한 학자들이다.  랜드파워의 할포드 맥킨더, 시파워의 알프레드 마한, 독일 히틀러의 미친 진격을 부추긴 학자 하우스 호퍼,  미국의 지정학이 축복받은 땅임을 발견한 스파이크먼 등의 학자들의 통찰력이 세계의 패권다툼을 일찍이 알아보았고,  그게 다름 아닌 우리가 '나라'라고 말하는 땅이라는 점이다. 

  랜드파워(lnad power)를 주장한 지정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영국의 할포드 맥킨더가 "동부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심장지역(하트랜드, 흑해, 발트해, 동유럽 포함)을 지배하고, 심장지역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섬(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지배하며, 세계섬을 지배하는 자가 전 세계를 지배한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세계의 역사가 그의 말처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심장지역(하트랜드, 흑해, 발트해, 동유럽 포함)=추축지역(樞軸地域, 중심)=하트랜드(heart land)=pivot(중심) land 등 다양하게 불리운다. 

서울대학교 한반도문제연구회 자료 참고

    알프레드 마한(미국)은 미국이 시파워(sea power)대국이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교수였던 아버지를 두었고, 자신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해군대학 교관으로 근무하던 중 <모라사>를 읽고 카르타고가 바다를 이용하여 로마로 건너온 것을 보고 시파워(sea power)을 깨닫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시파워가 프랑스혁명과 제국에 미친 영향>을 썼으며 루스벨트대통령이 대규모 함대를 건조하고 미국이 팽창하여 태평양을 향해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고,  하와이, 필리핀, 유라시아의 패권국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팀마샬이 <지리의 힘>에서 "미국은 침략과 정복이 불가능한 나라다."라고 말한 토대를 만든 인물이 마한이다.  하우스호퍼는 자신의 연구를 수감된 히틀러에게  찾아가 정치지리학 강의를 9개월간 해 주었고 이를 발판으로 랜드파워, 시파워의 중요성을 "국가는 공간 유기체"라고 인식하게 하였다. 특히 <대일본>을 저술하고, 일본이 청일,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자 일본의 영향을 받는다. 2차 세계대전 후 히틀러의 <나의 투쟁>의 진정한 저자로 몰렸으며 결국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스파이크먼은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 유역에 직접 접근이 가능해 세계에서 위치상 가장 혜택 받은 국가(17p)"라고 언급하며 "림랜드(러시아, 독일 주변국)를 지배하는 자가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라고 말하며 하트랜드의 주변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킨더는 1904년 저술에서 러시아-독일 동맹으로 세계제국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이집트, 인도, 한반도 등이 러-독 동맹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말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장 처음 언급한 학자다. 그의 말대로 현재 '한반도는 전체적으로 림랜드다. 해상, 육상 양쪽으로 진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분단으로 진출이 가로막혀 림랜드로서의 지정학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 (325p)' 이유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분단되고 대립하는 한반도를 원하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 완화에 적극 나설 이유가 없다(303p)'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한 건 이념보다는 지정학이었다.(329p)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네 개의 강국이 들여다 보는 한반도의 위상이 중요한 것은 알고 있었으나 랜드파워, 시파워로 분석하고 보니 이론으로 정립된다. 거기다 중국의 일대일로가 랜드파워에 시파워를 갖추고 매킨더가 제시한 세계도를 차지하려는  야망의 시나리오임을 알 수 있다.  세계를 지배하려는 거대한 프로젝트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러시아에게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일대일로의 한 부분에 북극을 경유하는 실크로드 계획이 있다.  민족주의 앞에 공산주의, 민주주의 같은 이념은 존재하지 않으며 지금 이 시각에도 지정학을 둘러싼 각국의 두뇌 싸움을 계속되고 있다는 게 사실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전쟁 소식,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은 모두 지정학의 문제였다.  학자들의 연구 내용보다 나라별 지정학적 상황은 다소 지루한 부분이 있다.  워낙 방대한 내용이다 보니 다룰 게 많아서 그런 면이 있겠다. 

 

  네옴시티를 성공시켜 제2의 두바이가 되려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상 최고 높이의 건물 브루즈할리파를 가진 나라 두바이가 세우는 사막의 기적은 중동 아시아가 지정학의 힘을 이용하여 하트랜드로 거듭 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인근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대륙을 이용하여 석유 산유국 이후의 새로운 시적을 선보이려 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의 지성인이라면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 중에 그냥 일어나는 일이 없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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