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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6)-아프리카에서 만난 백인과의 사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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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6)-아프리카에서 만난 백인과의 사랑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12. 8. 21:23

화환은 꽃보다 일찍 시든다.

  원제목 Out of Africa로 미국에서 1986년에 만든 영화이며, 161분간 상영된다.  시드니 폴락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데니스 역), 메릴 스트립(카렌 역), 클라우스 마리아(브로)가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1934년 아이삭 딘슨이라는 필명으로 카렌 블릭슨이 쓴 동명의 소설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영화 속에 사용된 음악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서정적인 아프리카의 풍광과 어울리는 음악이다.  특히 카렌과 데니스가 행복했던 시간에 주로 이 음악이 흘러서 영화를 촉촉하게 감싼다.

 

  덴마크 여성인 카렌은 돈이 많고,  브로 본 블릭슨은 돈은 없어도 남작 지위를 가진 스웨덴 사람이다.  둘은 서로 필요한 것을 위해 결혼을 하고, 아프리카 케냐의 농장을 이용하여 목축업을 하기로 한다.  그러나 브로는 약속한 목축업 대신 고산지에 커피를 심기로 정한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었다.  결혼 후에도 브로는 밖으로 나돌고,  카렌이 원주민 키이우족의 도움을 받아 커피농사를 짓는다.  열심히 일해도 소득이 적어 땅을 저당 잡히게 된다.  브로에게서 매독을 옮은 카렌이 덴마크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와 커피농사에 매진한다.  브로와는 별거 중이다. 이때 데니스가 카렌의 옆에서 연인이 되어준다.  그러나 데니스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카렌은 브로와 이혼 후에 데니스와의 결혼 후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 어느 날 불이 나서 커피농장은 부도가 난다. 키이우족을 살리기 위해 영국 총독 앞에서 무릎을 꿇는 방법까지 동원하여 어렵게 키이우족에게 보금자리를 선물하고 카렌은 덴마크로 떠나려 하는데 데니스가 찾아와 배웅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데니스가 비행기 사고로 죽고,  집사 파라의 배웅을 받으며 아프리카를 떠난다. 

 

 추정해 보자면 카렌이 아프리카에 처음 도착한 것은 1915년 정도다.  카렌은 지위를 얻기 위해 남작과 결혼하고, 아프리카 농장을 일궈 사업을 하려는 야심있는 여성이다.  카렌이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 "난 아프리카의 느공 언덕 밑에 농장이 있었다."를 여러 번 말한다.  카렌에게는 부와 명예와 성공이 인생의 목적이었다. 카렌에게는 현재보다 중요한 것이 미래였다. 집도, 농장도 농사를 짓는 키이우족조차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카렌은  "Can you stay?"를 브로와 데니스에게 자주 물었다.  정착하여 뿌리내리고 사업을 이루려는 욕심과 본능에 충실한 여성임을 보여준다. 

  그와 아주 대조적인 인물이 데니스다.  데니스는 함께 다니는 마사이를 이렇게 말한다. "마사이를 감옥에 가두면 죽을 거다. 그들은 현재를 살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자 나온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영원히 갇힌다고 생각해서 죽게 된다. " 자신이 마사이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그는 나침반이 필요한 카렌에게 나침반을 내주며 "난 늘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을 통해 자유를 추구하며 행동하는 사람임을 말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인물 파라가 눈에 띈다.  키이우족인 그가 신을 빌어 말하는 내용들은 사물을 대하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신이 행복하세요. 우리와 장난을 하고 계세요.", "신이 벌주실 땐 기도에도 응답하지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우린 앞의 일을 볼 수 없다. " 등의 그의 말은 그가 자신의 분수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임을 알려준다. 벌을 주면서 기도에도 응답하는 이중적인 신, 행복해서 장난을 하는 신, 둥근 지구 탓에 앞을 알 수 없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말이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때로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음을 말한다. 어쩌면 파라가 카렌의 곁에서 든든하게 집사의 역할을 충실하게 했던 건 이런 자기만족의 방식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카렌은 아프리카를 떠나면서 나침반을 파라에게 선물한다. 아마 나침반은 파라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그는 이미 자신의 삶의 방식을 알고,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어서다. 

 

   카렌이 데니스의 죽음 이후 추도사를 말하는 장면에서 카렌이 어떻게 생각이 달라졌는지를 알 수 있다. "화환은 꽃 보다 일찍 시든다. ...... 그는 우리의 소유도 내 것도 아니었죠."라는 말을 한다.  자유를 구가하던 데니스를 화환에 비유했을까? 죽어서도 대평원을 내려다보는 자리에 묻혀 암수 사자가 찾아와 노닐다 간다는 후기의 내용은 데니스와의 추억이 아름다웠음을 암시한다. 비록 자신의 옆에서 정착하지 않았을지라도, 그가 화환으로 일찍 시들었을지라도 그와 함께 한 인생이 아름다웠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불이 나서 다 타버렸을 때 카렌은 집사 파라처럼 "신이 그랬나봐요. 내게 좋은 결실을 주시고는 기억하신 거죠."라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인생이 늘 좋은 것만도 아니고, 늘 슬픈 것만도 아님을 아프리카에서 배워 알게 되었다.  

 "행복하세요~"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인사를 나눌 때가 있다.  사실 인생이 행복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행복함을 시기하여 장난삼아 슬픔을 주는 신이 있다지 않은가? 그러니 행복하면 행복한대로 즐기면서 살다가 불행이 오면 이 다음엔 행복이 오겠구나 하며 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깨달음을 카렌에게서 전해 듣는다.  데니스의 말처럼 "동물은 건성으로 하는 법이 없죠. 다 처음처럼 해요. 사람만 대충해요......"대충하는 일은 좀 접어보려 한다.  아프리카의 동물 사자에게서 진심의 마음을 전해 받는다. 화환은 여러 꽃을 모아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줄기에서 잘려버린 꽃들은 화려해 보여도 일찍 시든다.  카렌이 아프리카에서 얻은 지혜다.  그녀가 바랬던 돈, 명예, 성공이 결국 화환이었다.  화환은 꽃보다 일찍 시든다.  뿌리를 땅에 내린 꽃들이 오래 견딘다.  마치 마사이처럼, 키이우족,  파라집사 그리고 바람이 되어 아프리카 초원을 바라보는 데니스처럼. 

"오늘을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