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15.

 심각성

  과학실 점검을 위해 관내 학교에 출장을 다녀왔다.  10.29. 이태원 참사를 보면 학교 안에서도 그런 예견하지 못한 사고들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과학실은 코로나로 인해 2020년 2021년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사고도 제대로 대처를 못해 화학물질이 옷에 튀거나 눈에 들어간 사고, 수은을 규정대로 처리하지 않은 사고 등이 발생한다고 한다.  학교나 가정이나 마찬가지로 심각함을 깨닫지 못할 때 사건이 발생한다. 

 

  '모든 내부 문제는 암과 같아서 초기에는 드러나지 않고 구성원들은 그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시스템이 완전히 곪아 복구가 불가능할 때가 되어서야 깨닫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사태를 두고 마치 우연에 의해 일어난 재해인 양 말했고 이 일을 계기로 뭔가 획기적인 개선이 있을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우리 킴 대부분의 의견은 같았다. '터질 일이 터진 것뿐이었다.' 그것이 우리가 보는 명확한 현실이었다. -이국종의 <골든아워 2> 중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번 이태원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매번 사고가 생길 때마다 담당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후진적 행태로 보인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정말 그럴까? 10.29. 이태원 압사사고(핼러윈 축제)는 사망 158명, 부상자 195명, 총 353명이지만 심각한 사람을 제외하면 훨씬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뼈아프게 반성하는 것이다. 

   반면 봉화군 아연광산에서 매몰사고로 지하갱도에 갇힌 2명의 광부는 221시간(9일)만에 걸어서 밖으로 나왔다. 커피믹스 30 봉지가 전부였지만 죽지 않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고 1980년부터 27년간 무연탄을 채굴하고, 4년간 아연 채굴을 한 경력과 경험이 이들을 버티고 살아 나오게 했다. 밖의 동료들이 자신들을 구한다는 믿음이 있어서 두렵지 않았다고 한다.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에 의해 밀리고 눌려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더욱 안타까운 일은 죽은 이들이 모두 10대 아니면 20대의 젊은이들이었다는 점이다. 가까이에 소방서, 경찰서 등이 있었고, 이들은 너무나도 건강한 청년들이었다는 점도 안타까움을 더한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사망자 발생 때에도 tv로 생중계되는 화면을 지켜봐야 했다. 이후 8년이 흘렀지만 '안전'을 말로만 했을 뿐, 안전시스템을 돈을 들여서 만들었지만 작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 3년이 매뉴얼을 잊게 한 것은 아닐까? 다시 거듭나야 한다. 혹자는 매뉴얼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일본인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매뉴얼이 있어도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나라는 '미래도 없고, 현재도' 없을 수 있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해서다. 터질 일이 터진 것뿐이다. 너무나 안타깝다. 내 주변부터 살피자. 국가가 못하면 개인이라도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