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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2022. 10. 26. 본문
"한국에 여행할 때는 물뽕을 조심해라" 2019년 프랑스에서 여행자들에게 권고한 내용이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언론에서는 한국을 이렇게 규정했다.
"성범죄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 나라.
가해자가 거짓말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나라
술 취해서 저지른 일이라고 봐주는 나라.
한국은 세계 치안 1위 국가답지 않게
성범죄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문화 때문에 성범죄 후진국"
심지어는 한국을 "인도만큼 위험한 나라"라고 말한다고 한다. 성범죄가 컴퓨터, 휴대폰과 연결되면서 디지털 성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데이트 폭력, 스토킹 사건이 뉴스에 나와도 여성들이 애도하고, 경찰청장이 현장을 방문하면 그다음에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나서 보도된다.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은 가상세계(휴대폰)에서의 집단폭력을 말한다. 그에 반해 디지털 성범죄는 교묘하게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게 접근한다. 같은 성이 친절하게 이야기 나누는 채팅으로 시작하니 마음을 열고 대화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런 과정에서 은근하게 신체 촬영을 요구하고 그에 응할 경우 사진과 동영상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N번방에 이어 L번방도 있다고 하는데 피해자는 초등학교 학생부터 30대 여성까지 다양하다고 전한다.
휴대폰 상에서 이루어진 내용이라 증거를 남기는 게 어렵겠으나 녹음, 기록, 사진, 동영상 등을 남겨서 신고를 하면 도움이 된다. 경기도에는 경기도디지털범죄피해자원스톱센터(1544-9112)가 수원에 있다.
"부모님에게 알리지 말아 주세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걱정 끼치는 게 싫어서, 혼날까 봐 그런다고 하는데 "선생님께 알리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여전히 선생님을 잘 보이고 싶은 대상이라서 그렇다고 강사는 전한다.
우리가 흔히 개인 정보라고 말할 때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생각한다. 그러나 사진을 공유할 때 사진에 담기는 정보가 상당하다. 사진의 배경에 찍힌 내용이 주소, 위치, 직장, 지인, 대인관계, 직업 등을 추정할 수 있다. 그래서 만일 사이버상에 사진을 올릴 때는 캡처 본을 올리는 게 방법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내가 한번 올린 사진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사이버상에서 떠돌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초등학생, 중학생 등의 청소년이 "부모님께 알리지 마라. 신고하면.....", 또는 "사진 올린 거 알리겠다"는 협박에 취약할까? 교육심리학에서 보면 청소년기는 '상상 속의 청중 imaginary audience)'가 존재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행동할 때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자기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디엔가 자기의 아이디어를 받아주고 갈채를 보내는 청중이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사춘기 소년·소녀들은 ‘상상의 청중’을 염두에 두고 마치 자신이 무대에 선 배우처럼 타인들의 관심의 초점이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전에는 하지 않던 매일 머리 감기, 흰 운동화, 멋진 옷 등으로 자신을 중요시하는 시기다. 그런 그들에게 '온라인상의 바보 같은 사진을 친구와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는 협박은 자신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이기에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살기 제일 좋은 나라야. 밤에 길거리를 맘대로 나갈 수 있는 나라가 한국 말고 있는 줄 알아?"라고 말한다면 그는 남성일 확률이 높다. 한국 여성은 밤에 마음대로 다닐 수 없다. 직장 내 스토킹까지 등장했다. 물뽕이 뭔지 찾아보니 GHB라는 약품이다. 먹은 지 24시간이 지나면 몸에 남아있지 않아서 증거를 찾을 수 없다. 주로 음료나 물에 타서 먹게 한다. 냄새도 맛도 색깔도 없다. 먹으면 15분 이내에 이성을 잃게 된다. 물뽕은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겨져 피해자를 평생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강력한 처벌이 최고의 방법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최대한 비슷한 사건이 자주 뉴스에 등장하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이 "인도만큼 위험한 나라"라는 말은 여성의 인권이 그만큼 낮은 후진국이라는 말이 될 수 있다. 경제 면에서는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디지컬 성범죄에 대한 대책만큼은 후진국에 머물고 있는 게 한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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