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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본문
법정스님(1932~2010)의 잠언(바늘로 찌르는 말씀, 인생에 지혜를 주는 말)을 모아 류시화 시인이 엮어낸 책이다. 법정 스님은 서울 길상사를 창건하였고, 1976년 수필 <무소유>를 발표한 이후 수필을 주로 썼다. 류시화 시인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치유의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등이 있고, 법정 스님의 법문집 <산에는 꽃이 피네>를 엮었다. 옮긴 책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티베트 사자의 서>등이 있다.
법정 스님이 돌아가시기 전인 2006년에 발행된 이 책의 서문은 법정 스님과 함께 지낸 송광사 불일암의 일화다. 자식 일흔 어머니를 어떻게 대했는지, 빚보증으로 가산을 잃고 아들마저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여인을 어떻게 살게 했는 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보름달이 뜬 저녁 류 시인과 스님은 '월광보살'을 향해 합장하고 마음속 기도를 올렸다. 류 시인은 스님의 건강을 빌었고 스님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다 행복하기를 " 기도했다. (15p) 이 책의 제목은 스님의 기도에서 비롯되었다.
법정 스님은 선승이며, 자연주의 사상가이고, 실천가다. 청년기에 출가해 생의 대부분을 홀로 산속 오두막에서 수행하며 지냈다. 한국의 소로우(월든의 작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스님은 '인간의 역사는 자신의 몫을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는 과정이며, 소유욕을 채우기 위해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까지도 소유하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 지향적인 단일 문화를 이루고 있는 이 시대는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와 소유로부터 그 정신이 깨어 이어야 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진리이다.'(16p)라는 생각을 실천했다. 이 책에 실린 글의 제목도 '꽃, 나무, 숲, 행복, 삶, 외로움, 마음, 하늘, 고요, 명상, 봄, 흙, 길'등의 단어를 품고 있다.
그러나 글의 내용은 순하지 않고 마른 나뭇가지처럼 정확하게 생각을 짚어낸다.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한 스님은 말에 대한 내용도 다수를 말하였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말로써 인품을 엿볼 수 있으니 존재의 집이다.(51p) 진정한 앎은 말 이전의 침묵에서 그 움이 튼다.(132p) 그 사람이 하는 말은 곧 그 사람의 속뜰을 열어 보임이다.(138) 말을 말하면서 동시에 침묵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다. 기도에 필요한 것은 침묵이다. 말은 생각을 일으키고 정신을 흩뜨려 놓는다. 우주의 언어인 거룩한 그 침묵을 안과 밖이 되게 한다.'(32p) 이 시의 제목은 '기도'이나 나는 기도보다 '침묵'에 더 시선이 간다. 침묵이 없는 기도가 있던가? 읊조리는 기도보다 더욱 진정성 있어 보이는 기도가 침묵의 기도가 아니던가?
스님은 삶이 힘들지?라고 묻거나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보왕삼매론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94)라고 말한다. 그렇다. 말랑말랑할 것 같은 삶이 아니라 고된 삶이란 걸 알고 살다 보면 추위도 더위도 슬픔도 괴로움도 덜하다. 스님에게 명상은 필수였다. '마음을 살피는 한 자기 일이 모든 현상을 거두어들인다.'(148)라고 말하며 명상의 관찰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자신을 소개한다. 명상이 새벽 같은 기운으로 깨어있게 하는 정신을 주었으며, 혼자서 산속 오두막에서 사는 힘을 주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등뼈 외에는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는 중심 잡힌 마음이야말로 본래의 자기이다(91p)' 끊임없이 자아의 깨어있음과 기도와 명상으로 치열하게 홀로 있음으로 해서 사람들을 향해 말을 걸었던 법정 스님의 잠언집은 여러 번 읽어도 울림이 크다. 날카로운 눈매와 추상같은 목소리의 소유자인 스님이 육성으로 들려주는 말처럼 읽힌다.
이 책은 삶의 좌표를 잃었을 때, 사는 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가을에 우울한 사람에게도 좋을 책이다. 왜냐하면 스님이 우리와 같은 삶을 살다 갔음을 그의 책에서 읽을 수 있다. 위로가 된다. 스님도 우리와 같이 가을이면 울적해지고, 친구의 주소록을 들여다 보았다는 인간적인 면에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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