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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하얼빈 본문
저자 김훈(1948~)은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한 <칼의 노래>를 비롯하여 <현의 노래>, < 저만치 혼자서> 등과 산문집 <자전거 여행>, <라면을 끓이며>, <연필로 쓰기>등 자신만의 필체를 확실하게 가진 문학활동을 해 왔다. 저자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가 컴퓨터로 원고를 쓰지 않고 연필과 원고지로만 글쓰기 작업을 한다는 점이다. 원고지와 컴퓨터 글쓰기는 편리함과 육체적 노동 면에서 매우 다르다. 몸으로 겪어내는 글쓰기를 선택한 요즘 보기 힘든 소설가다.
저자는 이번 <하얼빈>을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독립운동가 안중근(1879~1910)의 재판과정에서 안중근은 자신의 직업을 포수, 무직으로, 동행한 우덕순은 담배팔이로 밝힌 데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포수, 무직, 담배팔이. 이 세 단어의 순수성이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등대처럼 나를 인도해주었다. 이 세 단어는 생명의 육질로 살아 있었고, 세상의 그 어떤 위력에도 기대고 있지 않았다. 이 것은 청춘의 언어였다. (303p)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서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나는 밥벌이를 하는 틈틈이 자료와 기록들을 찾아보았고, 이토 히로부미의 생애의 족적을 찾아서 일본의 여러 곳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그 원고를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늙었다. 2021년에 나는 몸이 아팠고, 2022년 봄에 회복되었다.(305p)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그의 몸은 대의와 가난을 합쳐서 적의 정면으로 향했던 것인데, 그의 대의는 후세의 필생(筆生)이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그가 몸과 총과 입으로 이미 다 말했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306p)
주된 이야기는 이토히로부미가 조선 통감부 총독직을 내려놓고 추밀원(추밀원(樞密院, Privy Council) 일반적으로 군주제 국가에서 군주의 자문기관) 의장직을 맡은 후 청일전쟁 승리를 기념하여 중국 일원을 돌아본 후 하얼빈에서 러시아 재무상(財務相) 코코프체프와의 회담 자리에 참석하는 여행을 알게 된 안중근의 1주일 동안의 움직임에 대한 내용이다. 안중근과 우덕순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서 서로 뜻을 확인하고 1909. 10. 19. 열차를 타고 출발하여 하얼빈에 도착한다. 우덕순은 채가구에서 6시에 도착하는 열차에서 내릴 이토를 준비하고, 안중근은 하얼빈에서 9시 10분에 도착하는 이토를 준비했다. 우덕순은 사전에 붙잡혔고, 안중근은 운명처럼 이토를 쐈다.
'철도는 눈과 어둠 속으로 뻗어 있었다. 그 먼 끝에서 이토가 오고 있었다. 멀리서 반딧불처럼 깜박이는 작은 빛이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었다. 빛이라기보다는, 거역할 수 없이 강렬한 끌림 같은 것이었다. 두 박자로 쿵쾅거리는 열차의 리듬에 실려서 그것은 다가오고 있었다. 문득 빌렘에게 영세를 받을 때 느꼈던 빛이 생각났다. 두 개의 빛이 동시에 떠올라서 안중근은 이토의 사진을 들여다보던 눈을 감았다. (100P)
저자 김훈이 말하고자 하는 안중근은 '영웅'이 아니었다. 안중근의 사후에 자녀들은 여러 번 이토의 죽음 앞에 사죄하였다. 그것은 그 때도 일본이 지배하던 세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74세의 나이에 노구를 이끌고 숙명처럼 이 글을 썼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놓을 수는 없다. '무직'이며 '포수'인 안중근은 약육강식 하는 인간세의 운명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 안중근은 말하고 또 말한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307p)
김훈의 문장은 날카롭다. 짧고 간결하기가 잘 벼린 칼과 같다. 서걱거리는 바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칼의 노래>에서 벼려졌던 문장의 칼날이 아직도 살아있다. 여전히 작가는 형형한 눈빛으로 세상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노구를 이끌고 이런 책을 써낸 작가의 역작에 찬사를 보낸다. 누구나 숙명처럼 여기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작가는 그 숙명의 과제를 이뤄낸 셈이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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