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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 시

읽히는 시 <귀뚜라미에게 받은 짧은 편지>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10. 5. 17:40

      귀뚜라미에게 받은 짧은 편지

 

                                                         정호승

 

울지 마

엄마 돌아가신 지

언제인데

너처럼 많이 우는 애는

처음 봤다

해마다 가을날

밤이 깊으면

갈대잎 사이로 허옇게

보름달 뜨면

내가 대신 이렇게

울고 있잖아

 

 

 정호승 시인은 어머니를 여의고 오래도록 슬픔을 간직하고 있었나 보다. 누구나 어머니를 마음의 안식처요, 포근함 품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있기에 우리는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특히 돌아가신 어머니라면 시인의 말대로 '죽음이란 보고 싶을 때 보지 못하는 것('새벽' 중에서)이니 더욱 그리움이 클 것이다. 

 보름달이 뜨면 귀뚜라미가 시인을 대신하여, 어머니를 그리워 하는 마음을 대신하여 울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보름달이 뜨면 귀뚜라미가 울어주지만, 보름달이 뜨지 않는 밤에는 시인이 그리움을 달랠 길 없어 울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움은 이별을 전제로 한다. 그리움은 아름답다.  악한 마음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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