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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본문
훌륭한 열매를 맺지 않아도 돼.
"이 나무는 할머니 나무예요." 유치원 아이 둘이서 운동장 플라타너스 아래서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가 내가 지나가자 나를 보고 한 말이다. "그래? 할머니 나무처럼 보이니?" 하자 옆에 있던 엄마가 어색해한다. 혹시 나를 할머니로 봤을까 봐 무안해하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친할머니가 좀 뚱뚱해요. 그래서 할머니 나무라고 했나 봐요......" "아~ 네....."하고 지나쳐 오다가 생각해 본다. 나이 오십 중반을 넘었으면 다섯 살 아이에게는 할머니로 보일 것이다. 한 번도 내가 할머니가 될 것이다, 그럼 어떤 할머니가 될까를 1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니 어떤 할머니가 될지를 생각해 볼 때가 된 것이다. 그냥 될 수도 있지만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한다.
저자는 필명을 '무루'로 정했나 보다. '무루'는 검색창에서 찾아보니 번뇌가 없음을 이르는 불교의 용어다. 자신을 비혼이고 고양이 탄의 집사이며 채식을 지향하고 식물을 돌보며 사는 사람으로 소개한다. 15년 동안 아이들과 책을 읽고 쓴 일, 지금은 어른들과 그림책 읽고 문장을 쓰는 일을 하고 과거에는 사진 찍기, 인터뷰하기, 차 우리기, 요리하기 등의 일을 했다고 한다. 저자는 스무살부터 그림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림책 속에서 기쁨과 슬픔의 여러 이름들을 알았다고 한다. 또, '사는 게, 세상이 다 그래'라는 말을 밀쳐놓을 힘을 얻었다고 한다.
라디오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노년에 필요한 세 가지를 호기심, 유머, 품위라고 소개하였다. 거기에 작가는 자신 명의의 집, 튼튼한 관절, 명료한 정신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10년 전 SNS에 올라와 화제가 되었던 영국, 프랑스, 한국의 '중산층의 조건 세 가지'를 떠올린다. 프랑스는 기부, 한 가지 이상의 악기 연주, 자기만의 요리법을 가진 메뉴, 영국은 저항적 시민의식, 한 가지 이상의 스포츠, 약자를 돕는 마음, 한국은 아파트 평수, 자가용 크기, 얼마 이상의 은행 잔고라고 한다. 2010년의 이야기다. 급성장을 이뤄낸 한국에서 물질에 매몰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작가는 <예술과 삶에 대한 물음>(민음사, 김상환, '사유란 무엇인가')의 글을 인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소개한다. '자기 감정이나 자기의식은 습관의 선물이다. 농부는 손과 발에 익힌 두터운 습관 속에서 밭일에 완전히 적응해 있다.(193P)' 그리고 거기서 답을 찾아냈다. "필요한 것의 수는 줄이고, 할 수 있는 기술의 수를 늘리려 애쓰고, 무인도에 가져가야 할 세 가지 혹은 노년의 삶에 필요한 세 가지가 손에 쥘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몸에 새겨질 것이기를 바란다. "
이어서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 등장하는 '나'가 찾은 '누구 땅인지도 모르는 황무지에 매일 수십 년간 나무를 심는 노인'을 발견한다. 그 노인을 '스스로를 완성해 나가는 개인'이라고 말한다. 바로 저자가 되고 싶은 할머니의 모습이다. 저자가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발견해 내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것이 분명하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한 잊을 수 없는 인격과 마주하는 셈이 된다.'(205p)
저자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목록을 모험과 변수, 우정에 대하여, 한타지가 필요할 때, 새로운 세계의 문 앞에서, 나의 본성대로 산다는 것으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아이들과 그림책 읽기에 이어 어른과 함께 읽는 그림책 읽기를 하고 있는 저자의 추천이라 반갑다. 그중에서 <구덩이>(다니카와 슌타로), <몬테 소로의 벽>(에쿠니 가오리), <섬 위의 주먹>(엘리즈 퐁트나유), <스몽스몽>(쇼냐 다노프스키), <빌린 책을 돌려주러 갑니다>(이우연), <꽈앙!>(조원희), <구멍>(아이완),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신시아 라일런트) 등은 읽어 보고 싶은 책이다.
할머니가 되어가는 길목에서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흥미로운 책으로 읽었지만 썩 읽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언젠가 할머니가 될거라면 미리 읽어두면 좋을 책이었다. '훌륭한 열매를 맺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웃어줄 작가의 미소가 함께 떠오르는 책이다. 나는 필명으로 '오후'를 생각 중이다. 오전에는 잘하려고 경직되고 긴장해도 오후에는 다소 편안한 기운으로 지내는 삶을 사는 내 경험으로 볼 때 '오후'가 좋다.
주말 오후 즐겁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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