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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2022. 9. 13. 본문
자신을 '마인드 마이너(mine miner)'라고 소개하는 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었고, 어떤 부분은 의문이 생기는 점들을 발견했다.
그는 미래를 보여주는 세가지 키워드로 세 가지를 꼽았다.
1. 당신은 혼자 삽니다.
혼밥, 혼영, 혼서트, 혼삼겹, 혼고기, ......
2. 당신은 오래 삽니다.
요즘 아이들은 140세 보험을 든다, 사회, 제도, 로봇이 일을 담당한다. 헬스케어 분야가 각광받을 것이다.
3. 당신 없이도 사람들은 잘 삽니다.
무인 점포, 무인 갈빗집, 무인 과일가게, 무인 마트....
여기서 나온 말 중에 '전화 공포증'이라는 말이 있었다. 한 회사원이 SNS에 글을 올렸다. 자신이 싫어하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인즉슨 "금요일 저녁에 회사 부장님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인데 부장님이 전화한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매너가 없어서 싫고, 전화라서 싫고, 업무시간 외라서 싫었다는 것'이다.
'전화공포증'은 전화 없이 문자로만 의사 전달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겪는 일이라고 한다. 유심히 보면 내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특별휴가를 써야 하는 중요한 일인데도 카톡으로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라고 보내고는 그만인 40대 직원이 있었다. '자신의 복무와 관련된 일인데 전화로 정확히 알려야 하지 않나?' 싶은데 그건 예전의 일인가 보다.
심지어는 배달 앱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가 전화로 주문하면서 목소리를 듣는 게 불편해서하고 한다. 지인은 기차나 버스 안에서 전화받거나 전화하는 걸 큰 실례라고 생각하여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전화 공포증은 당연히 생기지 않을까 싶다.
나의 일 중에 직원들의 복무를 관리하는 일이 있다. 그런 입장에서 아침에 문자로 '병원에 들렀다가 출근하겠습니다.'라고 하면 그 사람이 도대체 몇 시에 출근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아버지의 부고도 지인들에게는 문자나 카톡으로 알려도 되지만 전화로 알리면 더 예의 있고, 정확하게 전달이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이런 '전화공포증'문화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대화 문화를 무너뜨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 문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아무리 문자로 장황하게 설명을 해도 몇 초간의 대화로 쉽게 감정과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데도 문자로 전달한다면 그 사회는 분명 건강한 사회는 아닐 것이다.
'전화 공포증'과 같은 맥락에서 회사에서 하는 회식 문화는 코로나 이후에 이미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회식은 싫지만 끼리끼리 모여서 하는 '홈파티'는 좋아하고 사람들이 모여서 홈파티의 사진을 공유하는 걸 즐긴다. 공적인 만남은 싫고, 엮이는 것도 싫고,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는 공적인 전화도 싫다고 말한다면 그런 너무나 억지일 수 있다. 왜냐하면 사회생활이 무 자르듯이 뚝 잘라서 여기는 사적인 영역, 여기는 공적인 영역이라고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 가기 위해 옷을 구입하는 건 사적인 일인가? 공적인 일인가? 그것마저 거부할 것인가? 너무 나간 비약이지만 직장에서 온 전화를 혐오, 공포 수준으로 몰아가는 것 또한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공적인 관계는 싫고, 사적인 관계는 좋다는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의 뿌리가 어딘지 궁금해진다. 혹시 일과 노동을 자산관리를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그렇다면 자신을 노동의 댓가로 돈을 받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노동은 물론 대가로 돈을 받기도 하지만 거기에 더해 사회 공헌,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 성취감, 보람 등도 함께 준다. 또한 노동은 어떤 면에서는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도 제공한다. 그런 면들을 외면하고 일하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건 언론의 부추김과 자본주의의 소비지향주의의 결과라는 걸 기억하자.
마인드마이너(마음을 캐는 사람)라는 독특한 영역인 데이터 분석가가 하는 말이라서 미래 예측의 척도로서 정확한 예측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욱이 우리나라와 사람 사는 세상의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 서로 얼굴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데도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문자로 주고받는다면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사람은 서로에게 인정받고, 의미를 주는 존재로 살아가기를 원하는데 그게 말과 행동이 아닌 문자로 가능할 리 없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어둡게 보인다. 문자의 틀에서 벗어나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자. 문자 대신 말로 하자. 문자로 ㅋㅋㅋ 웃는 것보다 소리 내서 하하하 웃는 게 진짜 웃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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