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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 시

<읽히는 시>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9. 5. 19:01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낮달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인간을 위해 우시는 하느님의 눈물도 받아둔다

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 보라

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간밤에 흘리신 하느님의 눈물이

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 있다.

 

 

  매우 강력한 태풍에 비는 아침부터 내리고, 더이상 숨을 곳이 없을 인간의 무력함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잔뜩 움츠린 채로 주말을 지내고, 제주도 앞바다까지 전진해 온 힌남로(태풍 이름, 라오스 국립보호구역) 앞에 서 있다.  태풍이 무엇을 날려 버릴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태풍 앞에 마주 선 부산, 남해안에 거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길이 없다.  

 부산 해운대의 초초고층의 아파트 사이로 빌딩풍이 위험하다,  방파제 앞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폭풍 전야의 고요함에 숨죽이고 지켜본다.  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이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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