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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2022. 8. 31. 본문
2학기를 시작하고 첫 전문적 학습공동체 모임은 '학교 통학로 탐방'이었다.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길을 돌아보고 위험 요소도 찾아보고,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학교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다. 좁은 골목길의 울타리 밖으로 탱자가 여럿 달렸다. 또 한 쪽에서는 9월의 꽃 달리아가 피기 시작하고, 설악초는 하얗게 번져 어깨동무 하듯이 꽃을 피워 골목 어귀를 환하게 밝힌다. 잔디밭에서 풀을 뽑는 어르신도 보았다. 평화로운 일상으로 보인다. 도심에서 떨어진 변두리 지역이라 왕복 2차선에 인도가 없는 길이라서 위험하다. 길 가장자리로 어제 내린 비가 웅덩이를 만들어서 피해갈 수도 없어서 찻길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생들도 다니고, 주민들도 다니는 길을 그대로 걸어본다. 위험천만한 길이다.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 말했다.
"우리 이런 불편함을 어디다 건의하면 좋을까요?"
"수업 시간에 우리 마을의 불편함에 대해 조사를 하고 그 내용을 시청의 시장님께 편지로 보내면 어떨까요? 지역 참여로 이보다 더 좋은 수업은 없을 것 같군요. 저는 내일 주민센터에 연락을 해 볼게요. "
현장에 직접 가서 경험해 보니 벌써 좋은 수업 아이디어가 생겼다. 민주시민교육, 지역 사회 참여 수업은 학교를 벗어나면 금방 발견할 수 있는 주제들이 많다. 통학로 탐방이 수업으로 이어지면 더욱 효과적인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봄에는 인근의 아파트와 인접해 있는 산길까지를 빙 돌아왔다. 이번에는 아파트를 한바퀴 돌고, 건너편 마을까지 돌아보기로 했다. 아파트를 돌고 있는데 1학년 아이는 반갑게 달려와서 인사를 하고, 3학년 남자아이는 쑥스러운지 얼른 고개를 돌리고 가던 길을 급히 간다. 학교에서만 만나던 선생님들이 모두 모여서 아파트 주변을 돌아보고 있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싶은가 보다. 6학년 아이들은 여럿이 학원 가방을 메고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한다.
아파트 놀이터에는 노는 아이들이 없다. 경비실에도 인사를 하고 아파트 건너 편의 마을로 갔다. 전원 주택이 생기면서 높은 담장에 누가 사는지 알 수 없는 집들이 많이 생겨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마을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 마을의 랜드마크인 교회 쪽에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는 누군가의 말에 그쪽으로 가다 보니 결국은 교회의 뒤편에 새로 생긴 거였다. 교회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서 교회 마당의 느티나무 아래서 보면 마을이 환하게 내려다 보인다. 오래전에 지은 건물인데도 아름답게 잘 지었고, 마을 풍경과도 잘 어울린다. 다음 통학로 탐방은 눈이 오는 날에 하면 좋겠다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학교로 돌아왔다.
매 학기 초에 실시하는 통학로 탐방은 선생님들이 학교에 오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좋은 경험이 된다. 시작한 지 3년 쯤 되었는데 처음에는 '그걸 왜 하냐?'는 반응이었지만 이제는 정착이 되어 가고 있다. 학생을 이해해야 좋은 교육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매 학기 '통학로 탐방'을 다른 학교에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