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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2022.5.15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5. 19. 17:52

  올해 스승의 날은 일요일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수년 전부터 계속되어 온 스승의 날 존폐에 대한 말도 여전히 올해에도 언론에서 볼 수 있다. 혹자는 스승의 날이 아니라 교육의 날로 바꾸자고 말하기도 한다. 혹자는 스승의 날을 교사의 날로 바꾸자고도 한다. 스승이 교육, 교사로 바뀐다고 해서 오늘날의 학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나도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스승의 날에 대한 나의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스승의 날을 당장 없애자는 의견은 분분해도 당장 없어지기는 어렵다. 사회적인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렇다면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교실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다른 날과 다름없이 수업하고, 급식하고 하교하는 것이 전부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계기교육이라는 게 있다.  어떤 특정한 날을 맞이하여 그날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스승의 날도 가르치는 사람, 가르침을 주는 책,  교사가 아니어도 자신에게 깨달음을 주는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는 시간을 갖고 그 표현한 내용을 서로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학교 생활에 대한 성찰이 생길 수 있고, 고마운 마음을 받은 교사는 진정성을 다하여 가르치는 일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감은 교무실에서 근무하기에  학생들과 만날 일이 많지 않다. 아침에 교문에서 인사 지도하는 시간이 전부다.  올해는 사서선생님이 독서 후 글쓰기 공책에 쓴 내용을 확인하는 일을 교장, 교감에게 부탁하였다. 주로 저학년 학생들이 독서에 흥미를 갖게 하려고 할 때, 칭찬이 필요한 학생들을 교무실로 보낸다. 그러면 나는 칭찬도장을 찍어주고, 작은 과자 한 개를 준다.  받은 학생은 흐뭇하게 인사하고 돌아간다.  

 

  스승의 날 계기 교육으로 2학년 학생들이 가지고 온 롤링페이퍼에는 "눈썰매를 타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가 가장 많았다.  어떤 아이는 감사패 모양의 세움 종이에 감사장을 써 가지고 왔다. "아침 인사를 해 줘서 고맙습니다."는 내용이다.  6학년은 일주일 전에 감사장을 가지고 왔다.  유치원은 꽃을 오려서 붙이는 작업을 하고 8명의 아이들이 함께 인사를 하러 왔다. 이런 활동들이 지난 금요일에 이루어졌다. 

 

  이 감사 표현 활동들은 칭찬을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칭찬은 어른이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 아마 교무실에 와서 감사패를 주고 간 학생은 그날 집에 가서 그 이야기를 부모님께 했으리라. 

 

   스승의 날 행사를 한 학급의 담임교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은 학생의 인생에 꼭 필요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작은 일이 큰 일의 시작이 된다.  코로나 이후 사회에서는 인성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그 첫걸음이 인사라고 생각한다. 예절이 너무 구닥다리라면 글로벌 매너쯤으로 생각하고 감사 표현을 가르치자.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면서 유튜브와  검색 포털 싸이트를 이길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 해도 모든 영역을 가르칠  수는 없다.  그러니 사회적으로도 너무 높은 기대와 잣대로 교사들을 바라보지 말기를 바란다.  나름 높은 기준에 의해 선발된 교사들이 가진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여 다음 세대를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하고 이끌어 나가도록 정치권과  교육 당국의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애써 공부하여 선발된 인재 교사들의 아까운 재능이 대학입시라는 잘못된 정책에 의해 거꾸로 사교육시장의 학원 강사들에게 밀리는 게 현실이다.  

 

  아무튼 스승의 날의 어감이 문제라면 '교육의 날'로 바꾸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그 날을 폐기하더라도 후세들의 교육이 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는 직시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지금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 우리들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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