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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

서평 <관촌수필>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0. 8. 10. 13:37

 서산에 지는 해의 먼지내음과 구들장의 뜨끈함이 그리운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작가 이문구의 소설 8개의 중편으로 엮은 장편소설이다.

일제시대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충남 대천 관촌마을(갈머리)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로 담았다.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가 맛깔스럽다.

할아버지까지는 몰락 양반일지라도 근근히 이어가던 집안이 6.25전쟁을 겪으면서 아버지와 큰형님을 잃고 느닷없이 가장이 되고 어머니마저 잃고 혈혈단신 몰락한 집을 팔고 서울로 올라와 근근히 살아가는 작가.

작가의 마음의 고향을 찾아 내려가 변모한 고향의 마을 모습과 예전 기억 속의 그림들을 퍼즐 맞추기 하는 시간 속에서

옹점이, 대복이, 복산이,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신현석, 신용모, 김희찬 등 등장인물들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여덟장으로 이루어진 구성이다.

일락서산(一落西山) 해가 서산에 진다-할아버지에 대한 향수

화무십일(花無十日)열흘 가는 꽃은 없다. 어머니와 소반장수 윤영감

행운유수(行雲流水)하늘에 떠도는 구름과 흐르는 물-소녀 옹점이

녹수청산(錄水靑山)초록빌 물과 푸른 산, 녹음이 깃든 자연-대복이

공산토월(空山吐月)산에 빌어 달을 토해내게 함. 석공 신현석의 순정

관산추정(關山芻丁)고향에 있는 꼴(가축 먹이용 풀)과 고무래(농촌에서 쓰는 연장)복산이

여요주서(與謠註序)노래와 같은 주석이나 서문-신용모 꿩과 공권력

월곡후야(月谷後夜)달빛이 비힌 골짜기의 늦은 밤-김희찬과 김수찬의 떠남

 

작가가 쓴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는 데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간과 정성을 할애해야 한다. 그러면 내가 자라던 1960년대, 70년대의 일상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작품속에 나타난다. 그 이전 일제시대, 전쟁을 겪던 시대의 모습도 보인다.

 

 이 책을 추천해 준 분께 감사하다.

지나간 과거를 쓰레기 버리듯이 뒤돌아 보지 않고 버렸던 우리나라의 잊혀진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가가 있었기에 그가 가고 없는 지금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한국 전쟁 이후 1953년부터 1963년까지 10년을 사회학적 용어로 베이비부머세대라 한다. 이 시대에 태어나 한국의 성장을 함께 겪으며 성장하였고, 이제 한국 사회의 부를 거머쥔 그들이지만 정년퇴직을 앞두고 불도저로 밀어붙여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꿈속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책을 읽는 동안이나마 장작불에 눌어서 진한 커피색으로 변한 아랫목의 뜨끈함과 구수하고 된장맛이 스민 구들장 냄새가 코끝에 머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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