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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생명을 찾다 본문
겨울을 지나는 동안 어항에 구피가 한 마리만 남아 있었다. 지난 4월 초순경에 봄을 맞이하여 시장 안쪽에 위치한 수족관으로 구피를 사러 갔었다. 가게 앞쪽에 새장을 내 놓아 파랑새, 잉꼬, 앵무새 등등 예쁜 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거북이들이 너나 없이 모두 바위위에 올라가 모여 있었다. 봄이라 그런지 구피들이 부화한 새끼들도 많이 보였다. 세 마리를 사서 돌아와 어항에 넣어주니 네 마리가 보기에 좋았다. 그런데 밥을 자주줘서인지, 배설물이 많이 생겨서인지 어항의 물이 쉬이 더러워졌다.
어제 아침에 구피의 밥을 주려다 보니 한 마리가 죽어서 물 속에서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데도 배를 드러내고 물에 떠 있지 않고 바닥에 서 있는 게 독특해 보였다. 그대로 두면 살아있는 세 마리에게도 좋지 않고, 죽은 구피에게도 좋지 않으니 물을 갈아주고, 죽은 구피는 따로 화분 흙에 묻어주고자 했다.
물에 불순물이 둥둥 떠 있어서 물을 거지반 따라내고 구피 세 마리만 플라스틱 컵에 따로 분리해 놓고 어항에 있는 잔자갈들을 깨끗이 씻었다. 어라? 싱크대 바닥에서 뭔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이제 뭐지? 아뿔싸! 새끼 구피였다. 겨우 눈만 달린 새끼 구피가 꾸물대고 있었다. 아까 플라스틱 컵에 따로 놓은 세 마리의 구피가 있는 물을 보니 거기도 새끼 구피가 세 마리가 더 들어 있었다. 이럴 수가? 아까는 알지 못했던 생명이 있었다. 죽은 구피는 새끼를 낳고 죽은 게 분명했다. 그리고 아까 버린 어항 물에는 많은 새끼 구피가 있었을 터였다. 숟가락으로는 어림도 없고 손가락으로 집어내려고 해도 어려웠다. 마침 달걀 껍질이 있어 그걸로 겨우 구피를 떠 내서 플라스틱 컵에 합류시켰다.
이제 싱크대 바닥에서는 움직임이 없다. 음식물 찌꺼기를 걸러내는 거름망 안에 혹시나 남아 있을까 하고 보니 잘 보이지 않는다. 바가지에 물을 담아 거름망을 담가서 보니 작은 찌꺼기들 사이에 살아있는 구피 새끼가 한 마리 있다. 아! 있다. 아직 살아있다. 움직인다. ..... 그러고 보니 옆에 움직이지 않는 새끼도 한 마리 보인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조심스레 아이스크림 숟가락으로 새끼 구피를 떠서 플라스틱 컵에 합류시키니 이제 구피 새끼는 다섯 마리, 성체는 세 마리다. 구피는 성체와 새끼를 함께 두면 성체가 새끼를 잡아먹어 버리는 습성이 있어서 어느 정도 클 때 까지는 따로 두어야 한다. 어항에는 성체 세 마리를 넣고, 투명 플라스틱 컵에는 구피 새끼 다섯 마리를 넣었다.
그리고 죽은 구피는 씨로 심어서 10년 동안 기르고 있는 만냥금 나무 아래 묻어 주었다.
한 마리의 구피가 죽어서 다섯 마리의 구피로 남았다. 싱크대 고인 물에서 꿈틀대며 존재감을 드러낸 구피 새끼를 한동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생명의 숭고함을 새로 알게 해 주었다. 잘 자라라. 새 생명들아. 구피는 작아도 반려동물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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