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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이재무 詩 <무화과> 본문
무화과(無花果)
술안주로 무화과를 먹다가
까닭없이 울컥, 눈에
물이 고였다.
꽃없이 열매 맺는 무화과
이세상에는 꽃시절도 없이
어른을 살아온 이들이 많다.
-시 전문-
어제 읽은 책 <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 모모도 무화과같은 사람이 아닐까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서 현재 50세 이상의 어른들은 아마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보면 결핍과 고난의 기억들이 많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다는 할아버지, 공장으로 돈벌러 가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다는 어머니, 고모, 이모들. 차마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도 많으리라.
그런데 무화과는 어떻게 열매를 맺고, 꽃은 어디에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름이 무화과인 이유는, 겉으로 봐서는 아무리 찾아도 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화과를 따보면 열매처럼 생겼지만 사실 속의 먹는 부분이 꽃이다. 즉 우리의 눈에 보이는 열매 껍질은 사실 꽃받침이며, 내부의 붉은 것이 꽃이다. 무화과의 과즙 또한 엄밀히 말하자면 무화과꽃의 꿀이다. 속에 빽빽한 꽃들에 닿기 위해서는 유일한 입구인 열매 밑둥의 밀리미터 단위로 작은 구멍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 나비나 벌들은 꿀 따먹을 엄두도 못 내고 무화과와 공생하는 무화과 말벌(좀벌) (Wasp) 들이 속으로 기어들어가 꽃들을 수정시켜 준다.(나무위키에서 발췌)
시인이 무화과를 보고 꽃시절 없이 어른이 된 사람들을 떠올렸다. 알고보면 무화과는 그 자체가 꽃인 셈이고, 그 꽃은 수정을 맺지 않아도 열매를 맺는다. 무화과에서 '소싯적'이 없이 훌쩍 어른이 되어 삶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살아가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울컥 눈에 물이 고이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시인이다. 아무나 그럴 수 없다.
오늘은 3월 21일
봄이 춘분이고, 세계 시(詩)의 날이다.
춘분은 음양이 서로 반인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춘분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