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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의 매력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2. 7. 21:06

  클라우디아 해먼드의 '잘 쉬는 기술'(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 따르면 현대인에게 가장 큰 문제는 '휴식 결핍'이다. 이 책은 135개국 1만8000명이 참여한 '휴식 테스트' 결과를 보여준다. 참여자 중 3분의 2는 휴식이 모자란다고 답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하루 평균 10분 정도 덜 쉬었고 돌봄 책임을 맡으면 시간이 더 줄었다. 가장 못 쉰다고 느끼는 이들은 청년층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곧 번아웃 세대였다. 이들은 가혹한 생존경쟁에 내몰린 데다 수시로 울리는 '영리한 전화기' 탓에 24시간 대기조로 살아간다. 쉴때조차 쉰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휴식을 뜻하는 영어 단어 rest는 고지독일어 raste에서 왔다. rasta는 본래 거리 단위를 뜻한다. 열심히 걸은 다음에 멈추는 일, 멈춰 온 거리를 잰 결과다. 따라서 '쉬다'는 '게으르다'가 아니다. '쉬다'는 '일하다' 다음에 온다. 또한 '쉬다'는 '잠자다'도 아니다. 걸어온 거리를 되돌아보려면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한다.

  책에서 참여자들이 '진정한 휴식으로 생각하는 10가지 활동'이 소개돼 있다. 놀랍게도 1위는 독서였다. 그다음 자연 체험, 혼자 있기, 음악 듣기, 빈둥대기, 산책, 목욕, 몽상, TV 시청, 명상 순이다. 저자는 이들이 왜 휴식이 되는지를 전 세계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수집해 알려준다. 독서의 경우를 보자. 책을 6분 정도 몰입해 읽으면 스트레스가 68% 줄고, 심박수가 낮아지며 근육의 긴장이 풀린다. 어떤 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몽상을 촉진하고 현재를 벗어나게 하는 책일수록 좋다. 소설을 읽는 사람은 신문·잡지만 읽는 사람보다 평균 2년 오래 산다. 아마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명상이든 산책이든 독서든 휴식의 공통점이 두 가지다. 혼자 있기와 다른 세계로 떠나기다. 사랑, 우정 등 친밀한 관계는 행복을 가져오지만 지친 우리를 쉬게 하지는 못한다. 회식도, 모임도, 수다도 휴식은 아니다. 고독을 즐기면서 번잡한 현실로부터 자신을 놓아줄 때 비로소 우리 영혼은 쉰다. 잘 쉬는 법, 늘 바쁜 우리가 꼭 익혀야 할 인생 기술이 아닐까 싶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매일경제 2020.8.7.

 

  위의 글을 읽고 나는 왜 내가 주말에 소설을 읽으면 마음이 편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소설읽기는 혼자서 또다른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었던 것이다.  소설읽기가 시간 낭비가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밥만 먹다가 빵을 먹고 싶은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럴 때 빵을 먹으면 얼마나 달콤하고 부드럽고 향기로운가? 소설읽기는 바로 그런 매력이 있다. 

  <오리지널스>(애덤그랜트)를 읽고 있다. 애덤 그랜트는 소설 읽기에서 창조적인 상상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은 청소년들이 세계를 이끌어 나갈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낼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반지의 제왕>, 페이스북의 운영 책임자 셰릴 샌드버그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시간의 주름),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는 <앤더스 게임>, 중국의 알리바바 마윈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을 좋아했다고 말한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날에는 책장에 있는 소설 책을 꺼내 읽어보라. 그러면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든다. 그리고?  이야기는 현실을 잊게 하니 잠시나마 이야기 속에 머무는 것이 쉼의 비결이라는 말이다.  클라우디아 해먼드가 연구하기 전에 우리는 그걸 미리 알고, 체험하고 있지 않았는가?  소설 읽기는 잡지 읽기 보다 심지어 2년을 오래 살게 한다니 그 위력이 대단하다.  소설 책 읽기를 시간 낭비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면 위의 책을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