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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장맛비 본문
올해 유난히 비가 내리는 날이 잣다.
올 봄 엄마가 병원에 계실 때도 비 내리는 날이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장맛비가 내려서 아침에 출근길은 다소 조심스러웠으나 우산을 펴고 비내리는 소리를 듣는 것은 참 평화롭다.
우산속에서 듣는 빗소리는 빈 공간으로 퍼져 나가며 아름답기 까지 하다.
엔리코 모리코네(1928.11.10.~2020.7.6.)는 낙상 후에 병원에 입원하면서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파파가 쓴 부고장'이라는 유서는 '나, 엔리오 모리꼬네는 죽었다.'로 시작한다.
“저, 엔리오 모리코네는 죽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죽음을 항상 가까웠던 모든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또한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사랑을 듬뿍 담아 인사하고 싶습니다. 그들을 전부 언급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일생을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던 (영화음악의 동료들인) 페로치오와 로베르타에게 특별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이 편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굳이 인사하고 완전하게 사적인 장례식을 지키고 싶은 단 유일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가친척 이네스, 라우라, 사라, 엔조 그리고 노로베트에게 진심어린 인사를 드립니다. 그들은 저와 제 가족과 삶을 같이 살아왔습니다.
제 여동생들, 아드리아나, 마리, 프린체 그리고 그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들에게 제가 사랑한다고 말해주십시오.
제 자녀들, 마르코, 알렉산드라, 안드레아. 지오바니 그리고 아들의 며느리 모니카와 손주들 프란체스카, 발렌티나, 프란체스코 그리고 루카에게 진심어린 인사를 주고 싶습니다. 제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에 말하기는 하지만 아주 중요한 아내 마리아에게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그녀에서 우리를 함께 지내도록 유지시킨 놀라운 사랑을 다시 새롭게 일으킵니다. 저는 정말 떠나기 싫습니다. 그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작별인사를 건냅니다.”
'넬라판타지아'로 유명한 '가브리엘의 오보에'곡을 만든 사람으로 유명한 엔리오 모리꼬네는 자신의 죽음을 이렇게 명료하게 정리하였다. 죽음을 정리하는 것도 삶을 잘 사는 것 만큼 값지고 의미있는 일이다.
아직 영화 '미션'을 보지 않은 나는 오늘 '미션'을 보고 그 음악을 다시 한번 들어볼 생각이다.
-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영화의 한 장면으로 음악의 위대함과 숭고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묵묵히 주어진 길을 가는 미련해보이는 사람들의 일이 역사가 되고, 신화가 된다. 나에게도 아름다운 곡이고, 영혼을 울리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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