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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6.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1. 6. 22:28

  1990.3.1.자 발령을 받은 학교는 6학급규모의 학교였다.  당시는 행정실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때도 공문을 접수하는 서무(書務)는 다들 기피하는 업무였는지 처음 발령받은 내가 맡게 되었다.  일년동안 공문이 오면 공문을 철해서 기록물로 보관하는 일이다.  물론 대장을 기록하고, 해당 선생님께 분류하여 주어야 한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는 건 가로 세로의 각을 맞춰서 철을 하여 200매 정도로 묶었다는 거다.  당시는 윤전기로 인쇄를 하여 교육청에서 공문을 배부하면 학교에 2명씩 배치된 방호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교육청에 출장을 가서 받아오는 일을 했다. 

 이듬해 경력 2년차에는 경리 업무를 맡았다. 예산을 사용하는 일인데 각각의 영수증을 철하고 예산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금전출납부의 장부(세외, 지출)에 검정색으로 펜으로 기록하는 일인데 하다보면 두줄 굿고 빨간색으로 정정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수입 지출이 맞지 않거나 지출한 후에 다른 변수가 생기는 일도 있었다. 경리 업무를 맡고 난 후에 다른 시에 있는 학교로 발령을 받아 갔더니 그 학교에는 행정실이 있었다. 행정실이 규모가 큰 학교에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경리업무에 빨간색 볼펜을 자주 사용한 이유로 '주의'를 받았다.  그때 살림은 교감선생님이 맡아서 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요즘 학교업무재구조화가 이슈가 되고 있어서 그때의 일이 생각이 났다.  그후 32년이 지났다. 모든 학교에 행정실이 있고, 행정실장이 있다.  교원은 국가직 공무원, 행정실 직원은 지방직 공무원이다. 그리고 하나 둘씩 채용한 보조 인력이 공무직원이라는 형태로 늘어나서 이제 학교는 다양한 직종이 함께 일하는 일터가 되었다.  노무사가 말하기를 '학교만큼 다양한 직종이 근무하는 일터가 없다. "고 말한다. 그만큼 적용되는 법도 다양하다는 말이다. 공무직원은 근로자라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공무원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교원의 일은 줄지를 않는다. 오히려 점점 늘어나기만 한다. 2-3년 사이 갑자기 교육지원청이 비대해지면서 교육청 인력이 증가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행사는 줄었지만 혁신지구로 인해 예산은 늘었고, 공문은 늘었다. 학생의 학력 저하라는 이유로 특별보충프로그램을 2021년에 한시적으로 시행했지만 2022년에는 1년동안 운영한다. 다시 말하면 정규 수업이 끝나고 나서 1시간 정도의 보충수업을 담임교사가 더 하는 셈이다.  수당은 주어지지만 교재연구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휴식시간도 줄어든다.  이렇게 학교에 들어오는 사업들은 줄지는 않고 언제나 늘어나기만 한다. 코로나로 인해 방역업무가 추가되면서 방역인력이 늘어났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으면 이분들도 또다른 형태의 인력으로 학교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일을 세분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테일러주의에 의해 사람을 고용할 때마다 일을 세분화한 결과 어떤 새로운 일이 생기면 새로운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데 그 사람은 당지 그 일만 한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그건 내 일이 아닌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제 고용의 형태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50명 남짓한 학교에 교직원이 20명이 넘는 학교가 많다. 심지어 16명의 학생에 교직원이 더 많은 학교도 있다.  

 

 또 학교에 감당하도록 요구하는 일들을 줄여야 한다.  돌봄은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가장 최선임에도 학교에서 맡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도 일곱시까지 학교에 머물러야 한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9시부터 따져도 10시간이다.  그 사이 학부모는 직장에서 역량을 발휘한다고 해도 학생은 안전하고 편안한 부모의 품에서의 진정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가정과 학교에서 핑퐁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는 결국 다음 세대의 사회 구성원인 학생들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행정업무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이든 이번 기회에 달라져야 한다. 왜냐하면 학교는 국가기관이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미래의 주역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의 모습도 모두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어른들이 어떻게 갈등을 해결하는지를 우리의 후배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지혜롭게 윈윈의 방법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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