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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2022.01.02. 본문
2021년에서 2022년으로 해가 바뀌었다.
새해가 된다는 것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의 연장선임에도 뭔가 달라져야 할 것 같고 거창해야 하고,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올해는 이루지 못할 거품같은 버킷리스트들을 10가지, 100가지 늘어놓는 일들은 그만 두기로 한다. 올해 뭘해야 할 지는 한 보름정도 넉넉히 생각하면서 정할 생각이다. 이미 작년에 생각해 온 일들을 이어가는 거라서 그리 특별할 것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건 기분좋은 일이다.
이전에 해 오던 일들이 계획대로 잘 되면 좋은 일이고, 우연히 새로운 일이 생기면 반가운 일이다. 아침에 까치가 집앞의 뜰에 내려앉아 총총 옮겨다니면서 눈이 얇게 쌓인 속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본다. 나무 위에 산수유가 나뭇가지마다 빨갛게 매달려 있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아마 산수유가 떫어서 맛이 없는 모양이다.
10년전에 씨앗으로 심어서 이제 70cm정도 자란 만냥금이 열매를 맺어서 초록빛이다가 발갛게 물들기 시작한다. 만냥금은 물을 적게 주어도 많이 주어도 별탈없이 기르기 좋은 식물이라서 반려식물이다. 특히나 다섯개의 씨앗을 심은 중에 하나가 자라서 어릴 적부터 키운 식물이라 더 눈길이 간다. 그런데 새로 씨앗을 심어서 싹을 틔우려고 해도 안된다. 두 세번 실패했다. 쪼글쪼글한 열매를 살펴보면 그 안에서 초록색으로 뿌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 열매를 땅에 심으면 된다. 새해가 되었으니 열개를 심어봐야겠다. 그 중 몇 개가 싹이 나는지도 지켜보자.
우보천리 마보십리(牛步千里 馬步十里)라는 말이 있다.
소는 느린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가도 지치지 않지만
말은 급한 말의 걸음으로 내달려 십리를 가면 지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천천히 밟아가다 보면 자기 페이스대로 걷게 되어 지치지 않는다. 그러나 급하게 쫓기듯이 앞만 보고 달려가면 급하게 달린만큼 급하게 지쳐버린다는 말이니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토끼는 급하게 달려서 중간에 쉬지 않으면 안되었고, 거북이는 쉬엄쉬엄 가니 쉬지 않고도 목표지점에 먼저 도착했더라는 이야기 말이다.
올해는 호랑이의 해이니 호시우보(虎視牛步)를 가끔 떠올리면서 우보천리( 牛步千里) 의 마음으로 살아보려 한다.
호랑이의 번득이는 눈빛처럼 날카롭게 통찰하고, 소의 걸음처럼 느리지만 쉬지않고 전진하는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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