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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12. 23. 16:40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1월 25일에 런던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Adeline virginia stephen)이다.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영국인명사전을 편찬한 지식인이고 수필가인, 어머니는 귀족 출신인 줄리아 스티븐(Julia stephen) 이다.  교류한 사람들은 헨리 제임스, 조지엘리엇, 경제학자 케인즈 등이 있다. 다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학 입학에 입학을 하지 못했고,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레너드 울프와 결혼하였다.  레너드 울프와 교류하던 중 결혼을 하기 전에 버지니아는 청혼의 조건으로 (1) 부부관계를 요구하지 말 것 (2) 버지니아가 작가가 되기 위해 레너드는 공직을 포기할 것을 내세웠고 레너드는 이 조건을 받아들여 결혼을 했다고 한다.  이후 버지니아와 함께 호가프레스라는 출판사를 운영하였고, 버지니아와 함께 했으며 1941년 독일의 영국 침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수차례 앓아 온 정실질환의 재발로 자살을 하면서도 남편 때문이 아이 었음을 알리기 위해 남편 레너드 앞으로 유서를 남겨두었다고 한다. 

 

 이 작품 <자기만의 방>은 "캠브리지대학에서의 강연인 '여성와 픽션'을 토대로 쓰여 가부장제와 성 불평등에 맞선 페니미즘의 정전"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만의 방> 속에서는 옥스브리지라고 하는 가공의 대학에서 시작한다. 여성이 강의를 고민하고 잔디밭을 걷던 중 남성 관리인으로부터 " 학자와 연구원만이 잔디밭을 거닐 수 있으니 여성은 잔디밭에서 나가서 자갈밭을 걸으라."고 지시한다. 그러자 주인공은 사색의 끈을 놓쳐버렸다. 그에 대해 주인공은 "나의 작은 물고기가 숨어버렸다."라고 말한다. 여성이 자갈길을 걸어서 윌리엄 새커리의 원고를 읽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 가니 도서관 문 앞에서 관리인이 "여성은 남성 연구원을 동반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하다."라고 말한다. 

 

  이 작품의 결론은 두 가지다. 한 개인이 최소한의 행복과 자유를 누리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고정 수입과 타인의 방해를 받지않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500파운드는 현재 시대의 시세로 보면 25,000파운드이고, 한화로 4,000만 원 정도이다. 예술가는 배가 고파야 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19세기 여성작가는 혼자만의 방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작가는 보았다. 시보다 소설을 쓴 여성이 많은 이유가 여성이 자기만의 재산이 없고, 방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여성이 공동 거실에서 수시로 가족들의 방해를 받아야 했고, 한정된 내용을 그려낼 수밖에 없었다고 보았다.  그래서 여성의 물질적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작가는 친척에게 유산을 물려받고 연간 약 500파운드를 받게 되자 자신이 돈을 벌지 않아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됨을 느끼게 되면서 이러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작가는 이런 물질과 정서적 지원이 예술가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표현한다. " 이 산책이 엄청난 은행 잔고처럼 느껴진다. 이건 깨어지지 않을 행복이다."(남편과의 산책을 앞두고)

 

   작가는 여성참정권운동이 악마화 될 만큼 성차별이 공기처럼 만연했던 영국 사회에서 살았다. 1893년 최초로 여성 선거권이 주어졌던 뉴질랜드 이후 20여 년이 지난 1919년에야 여성 선거권이 주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작가는 "우리 집에서는 빅토리아 시대(1837~1901)와 에드워드 시대 1901-1910)가 대치했다. 오전과 오후에는 플라톤의 책으로 사유에 잠겨있다가도 오후 네시가 되면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오빠의 드레스 검열을 받아야 했다."라고 말한다.  

 

 여성에게 주어진 권리에 대해 171쪽에서 이렇게 서술한다. '1866년 여성 대학이 2곳 문을 열었으며, 1880년이 되어서야 기혼 여성이 자기 재산을 소유하는 것이 허용되었으며, 1909년 여성 전문직이 허용되었다. 투표권은 1919년에 얻게 되었다.' 

  당대 지식인들이 여성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기록한 내용을 보자. 새뮤얼 버틀러는 "현명한 남성은 여성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결코 말하지 않는다.", 포프는 "대부분의 여성은 성격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라 브뤼예르는 "여성은 극단적이다. 그들은 남성보다 우월하거나 또는 저열하다." 라고 말한다. '여성의 정신적, 도덕적, 신체적 열등성'을 주제로 연구서를 집필하는 학자가 있다. 다만 남성들은 성애를 얻기 위해 여성을 찬양할 뿐이며, "여성의 지적 자유는 아테네 노예의 아들만큼이나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만약 세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었다면, 그녀는 셰익스피어 같은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셰익스피어의 누이는 셰익스피어만큼 성공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 시대 여성에게는 남성인 셰익스피어의 마음 상태를 가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익스피어의 누이가 셰익스피어처럼 자라서 호기심이 풍부할지라도 누이는 학교에 가지 못해 문법과 논리학에 무지할 것이며, 십 대를 넘기 전에 사랑 없는 결혼을 해야 하며,  자유로운 외출이 불가했고 그러다 보니 타인의 삶을 관찰하지 못한다는 점을 든다.  반면, 남자인 셰익스피어는 사회적 차별, 결혼 등의 방해 없이 오롯이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에 최고의 작품을 써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사회적 억압에 둘러싸인 개인이 어떻게 자신을 100%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고 한다. 

 

   2015년 영국을 제외한 나라에 설문한 결과 영문학 작품 중에서 수작으로 꼽힌 작품이 버지니아울프의 3위 <델러웨이 부인>, 2위 <등대로>가 올랐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2021년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는 여러 면들을 발견한다. 먼저 제시한 500파운드의 돈은 벌고 있으나 나만의 방은 갖고 있지 않다.  여전히 공동 거실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러니 자신만의 철학을 세우고 사색에 잠겨 표현해 낼 공간은 부족한 채 살고 있는 셈이다.  작가의 객관적인 지적과 시대에 대한 통찰력이 놀랍다. 그저 박인환의 시 , <목마와 숙녀>에서 거론된 버지니아 울프가 우울증에 시달려 자살했다는 피상적인 사실만 기억했을 뿐이었던 사실에 새로운 울림을 준다.  

 

  작가가 왜 자살에 이르는 우울증에 시달렸는지는 가족사를 보면 알 수 있다. 13살에 어머니를 여읜 후 15살에 이복언니가 결혼 후 사망한다. 이어서 22살에 아버지를 잃고 2년 후인 24살에 오빠 토비를 잃는다. 이런 배경이 작가를 자살 시도에 이르게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많은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짐작된다.  이 책은 46세에 쓴 책이며 1941년 3월 28일에 몽크스하우스 근처 우즈 강에서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작가의 나이 59세다. 우울과 자살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버지니아 울프가 뛰어난 작가로서의 재능을 지녔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볼 줄 알았던 작가였으며 자신의 출판사를 가지고 있어서 책을 마음껏 출판할 수 있었다는 점은 운이 좋았던 점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랜덤하우스출판사도 울프가 운영하던 출판사 소속이라고 한다.  울프의 출판사는 한국에서 책을 펴내고 있고,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도 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많은 정치인들에게 권한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의 복지를 담당하는 분이라면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그리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권한다.  아직 세상은 달라져야 할 내용이 많지만 그 고민이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고, 조금씩 달라지고 있으며, 달라질 것임을 알려주고 싶다. 그 방향이 열린 결말임을 말하고 싶다. 

 

  코로나가 끝나면 2030여성들이 정신질환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은 예상한다. 사회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약자 계층인 여성, 사회 취약층부터 무너져 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울프의 말대로 아직도 자기마의 방을 갖지 못한 여성이 많고,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재능을 펼치고, 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한 작가의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