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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옥수수를 볶으며 본문
옥수수차를 만들려고 마른 옥수수를 마른 후라이팬에 넣고 볶았다. '사륵 사륵 사륵' 젓가락으로 옥수수를 저을 때마달 옥수수가 소리를 낸다. 바짝 말라서 딱딱해진 옥수수는 열기를 받으면서 조금씩 색이 변한다. '사륵 사륵 사륵' 계속 휘저어 주어야 되니 가스렌지 주변을 떠날 수 없다. 프라이팬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줄이려면 휘저을 때의 힘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사륵 사륵 사륵' 저을 때마다 옥수수는 이리 저리 휩쓸려 섞인다.
옥수수차는 쉽게 하려면 아파트 장날에 뻥튀기 장수에게 맡기면 갈색으로 통통하게 튀겨준다. 몇천원만 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튀밥기계에 넣어서 튀긴 옥수수는 차를 끓이면 모양이 그대로다. 프라이팬에 볶아서 끓인 옥수수알은 목화꽃마냥 속을 하얗게 뒤집고 우러나는데 말이다. 그러니 나는 프라이팬에 '사륵 사륵' 볶다가 '다글 다글' 소리가 나고 옥수수알이 통통하게 부풀어 오르고, 어떤 성질 급한 옥수수 알이 톡~ 하고 튀어오르면서 목화솜처럼 피어오르면 '다 됐다!' 싶어서 가스불을 끄고 잔열로 조금 더 볶아 준다.
사람도 튀밥기계에서 나온 옥수수알처럼 자기 패를 보이지 않고 대화를 하는 사람이 있고, 프라이팬에 볶은 옥수수알처럼 자기 패를 까고 대화를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다. 그래서 늘 손해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만큼 잘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패를 감추고 '네 패를 보여줘'하면서 말하는 사람 보다 자신의 패를 솔직히 까 보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마른 옥수수는 희멀건 색이었다가 '사륵 사륵 사륵' 볶으면 누르스름 해졌다가 '사륵 사륵 사륵' 볶으면 다시 노르스름 해졌다가 '사륵 사륵 사륵' 볶으면 노로코롬 해졌다가 '다글 다글 다글 ' 볶으면 커피알처럼 통통하게 갈색으로 변한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볶으면 탄 맛이 나니 적당하게 볶아야 한다. 윤기가 돌면서 갈색이 무르익었을 때가 적당한 때다.
볶은 옥수수를 넣고 물을 끓이면 노오랗게 우러나고 조금 더 끓이면 알갱이는 목화솜처럼 발라당 속을 뒤집는다. 물 속에서 하얗게 옥수수가 꽃을 피운다. 이제 마셔도 된다. 옥수수차! 매일 마신다. 이빠진 컵의 역사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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