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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강원국 <어른답게 말합니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9. 26. 17:27

 

어른답게 말하기는 참 어렵지만, 어른답게 말합시다. 

 

  강원국 작가는 KBS1라디오 <강원국의 말 같은 말>을 2020년 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진행하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원고를 써서 말하였는데 길이는 3분 내외였다. 1년을 넘게 진행되었는데 나는 이 시간이 출근하는 시간이라 즐겨 들으면서 말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었다.

작가는 말한다. 그 1년 1개월의 시간 동안 말에 대해 말하면서 ‘말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짜 어른다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한다. 말-어른으로 이어지는 이 관계는 내가 그동안 ‘왜 이 시대에 어른을 보기 힘들어졌는가?’에 대해 자문하고, 그동안 찾았던 의문점과도 맥락을 같이 하여 이 책이 반가웠다.

 

서문에서 작가는 이미 결론을 말한다.

말 많은 세상, 말 같은 말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말의 한계는 그 사람의 한계다.

누구나 말을 한다. 그러나 제 나이에 맞는 말을 배우고 연습하는 사람은 드물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말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데 의문이다. 어른이 된다고 어른답게 말하는 법을 알게 될까? 혹시 몸은 마흔 살, 쉰 살이 되었는데 말은 이삼십 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말도 자라야 한다. 어른은 어른답게 말해야 한다. 말하기에 자신이 없다면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어른의 말은 어떠해야 하는가?

 

첫째, 오락가락하지 않아야 한다. 머릿속 생각과 내뱉는 말이 따로따로이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심을 말해야 한다.

둘째,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 어른의 말은 적게 말하면서 많은 것을 들려준다. 본보기가 되어 남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위로와 용기와 깨우침을 준다.

셋째, 징징대고 어리광 부리지 않는다. 감정을 절제해 의젓하게 말한다.

넷째, 나답게 말한다. 말이란 곧 나이기에 그렇다. 내 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한다. (6~7P)

 

  책은 7개의 장으로 나뉜다. 1장은 말 거울에 나를 비춰봅니다. 2장은 어른답게 존중하고 존중받습니다. 3장은 유연하게 듣고 단단하게 답합니다. 4장은 말을 비우고 대화를 채웁니다. 5장은 일의 본질을 잊지 않습니다. 6장은 입장이 아닌 이익으로 설득합니다. 7장은 말보다 나은 삶을 살아갑니다. 로 나누고 에필로그로 말 공부에는 마침표가 없다'로 글을 마감하였다.

 

  말의 기능 중에 위로에 대한 부분은 쉽지 않다. 그래서 늘 다툼이 생긴다. 역시 남편은 남의 편이야 등등. 위로의 방법을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첫째, 인정해준다. ‘당신은 그런 감정을 느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

둘째, 지지해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셋째, 질문한다. “어떤 마음이 들어?”

넷째, 들어준다. ’다 말해. 내가 다 들어줄게.‘

 

’물이 반이나 남았네.‘,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는 우리는 예를 들어 늘 낙관과 비관에 대해 말하곤 하는데 언제나 낙관하다가는 험한 세상 오래 버티기 힘드니 낙관과 비관의 사이에서 중심을 잡자고 제안하면서 작가는 근거 있는 낙관주의를 말하면서 루쉰의 글귀를 소개한다.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고향>(51P)

 

작가의 관심은 글쓰기와 말하기에 있다. “말하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아이들에게는 말하기를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르치려 말고 잘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일단 들어주면 아이는 본 대로 느낀 대로 말한다. 그것을 잘 들어주면 된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말은 물과 같다. 어른은 아이에게 말의 바다가 되어주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바다 말이다.... 굳이 뭔가를 해야겠다면, 질문을 하자.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훈련이 필요하다. 길게 말하는 것과 짧게 말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한마디로 하면 무엇인지’ 묻는 방식으로 짧게 말하는 연습을 하게 하고,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길게 말하는 훈련을 시킬 수 있다.‘...말을 잘한다는 것도 설명, 이야기, 대화, 연설, 발표, 토론, 협상 등 다양하기에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살펴보라는 거다. (52~54p)

 

  작가는 말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의제 설정과 여론을 만들어가는 힘이 일부 집단에 편중되거나 언론과 정치, 권력기관이 말을 장악하는 사회가 아니라 시민의 말을 정치권과 언론이 두려워하는 사회, 시민의 입이 열려있고, 시민이 깨어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69p)

 

  작가가 대통령, 회장, 사장님들과 근무한 경험으로 보고의 정석에 대해서도 간결하게 말한다. 윗사람이 묻기 전에, 자주 보고하되, 시한은 넘기지 말고, 사안의 긴급성과 중요성에 따라 형식을 달리하라. 작은 것도 놓치지 말라. 좋지 않은 내용일수록 보고하라. 상사의 질문에 답하는 게 보고다. 짧을수록 좋다. 보고할 때는 표정도 신경 써라. 가장 중요한 건 인간관계와 신뢰다. 평소에 잘해라.

 

  우리는 어떤 조직이나 단체 또는 가정에서 리더다. 리더를 위한 조언도 있다. 리더의 조건을 첫째, 실력으로 자기만의 견해, 해석, 관점이 필요하니 스스로 꾸준히 공부하고 고민하라. 둘째,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과 미래를 말하고 자신을 믿으며, 자신에 대한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셋째, 리더는 말과 행동을 일치하게 하고 한번 내뱉은 말은 실천하라고 말한다. 작가가 사장. 회장, 대통령 두 분과 함께 일하고 얻은 자신만의 결론이다. 명쾌하다.

 

  강원국 작가는 말을 잘하는 일에 관심이 많고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늘 자신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의 글은 오로지 말하기와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그의 부인이다. 그의 부인은 말하기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고, 그의 좋은 동반자이기도 하며, 때로 작가를 꼼짝 못 하게 하는 재주도 지녔다. 좋은 글 소재가 되고 있다.

 

’어른답게 말합시다‘가 아니라 ’어른답게 말합니다.‘는 ’시‘와 ’니‘의 한 글자 차이이지만 ’우리 이렇게 하자고 독려하고, 청유하는, 혹은 계몽적인 (~합시다) 내용이 아니라 자신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풀어내면서 “말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존중과 배려를 외치는 세상에서 존중받고 싶다면, 존중하려면 말속에 그 철학을 담으라고 말한다. 조용한 질책이자 충고다. 품격있는 삶을 누구나 꿈꾼다. 특히 어른이라면 누구나 존중받고 싶은 건 마찬가지다. 그런 어른들에게 보내는 글이다.

 

  이 책은 주변의 동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 어른이 없어지고 ‘스스로 알아서 잘해!’라는 직장 문화가 생겼다. 혹은 '알아서 할게요. 꼰대처럼 잔소리하지 마세요!' 문화 말이다. 실은 스스로 알아서 잘하려면 평생 경험한 후에나 깨닫고, 어떤 사람은 죽어서도 못 깨달을 거다. 그러니 함께하는 동안 소중한 그들에게 나의 말이 아닌 작가의 말을 빌려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예수님도 자기 고향에서는 대접받지 못했다. 그러니 비유를 통해 설명한 거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빌어 말하고자 한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했던 분이니 말의 비중이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