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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유발 하라리 <호모데우스-미래의 역사>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9. 23. 23:05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어디로 이어지는가?를 묻는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에서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과의 본질적 차이, 역사의 진보와 방향성, 역사 속 행복의 문제 등 광범위한 질문을 주제로 한 연구를 하고 있다. 전작 <사피엔스>에서 저자는 인간이 가진 신, 인권, 국가, 또는 돈에 대한 집단 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 때문에 이 행성(지구)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책의 순서는 제1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2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3부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로 나뉜다.

 

  산업화 사회의 발달로 인류는 기아, 역병, 전쟁을 통제하는 데 그럭저럭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 수 천 년 동안 인류가 해결해 내지 못한 일을 과학의 발달로 수 백 년 만에 해낸 셈이다. 고대 이집트, 중세 인도는 물론 기아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1692년과 1694년 사이에 프랑스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약 280만 명이 굶어 죽었다 1695년 에스토니아에 기근이 들어 인구의 5분의 1이 죽었다 1696년 핀란드 인구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이 죽었다 1695년과 1698년 스코틀랜드는 심각한 기근으로 거주자 20%를 잃었다.

 

  기아 다음으로 인류의 두 번째 강적은 전염병과 감염병이었다 1330년대 동아시아 또는 중앙아시아 어딘가에서 시작한 흑사병은 벼룩에 기생하는 세균 예르시니아 페스티스가 벼룩에 물린 사람들을 감염시키기 시작했다. 흑사병은 수많은 쥐와 벼룩에 실려 아시아 유럽 북아프리카 전역에 확산되었고, 20년이 지나지 않아 대서양 해안에 다다랐다. 7,500만 명에서 2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것은 유라시아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수였다. 영국에서는 10명 중 4명이 죽어 흑사병 이전의 370만 명까지 들었던 인구가 흑사병 이후 220만 명으로 줄었다. 피렌체는 10만 명의 시민 가운데 5만 명을 잃었다.

  흑사병을 능가하는 전염병은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태평양 위성들의 유럽인이 처음 발을 디디자 더 참혹하게 발생했다. 탐험가와 이주민들이 원주민에게 면역력이 없는 새로운 감염병을 가져가 현지인의 무려 90%가 죽었다. , 19181월 프랑스 북부 참호에서 스페인독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악성 변종 독감에 걸려 병사들이 수천 명씩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 독감은 몇 달만의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5억 명이 걸리게 되었고 인도에서는 인구의 5% 1,500만 명이 죽었다 타히티섬에서는 14% 사모아 제도에서는 20% 공고 구리 광산에서 다섯 명 중 한 명이 죽었다. 1년이 안 되는 동안 이 유행병으로 죽은 사람은 5천만 명에서 1억 명에 달했다. 참고로 1차 세계대전 기간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죽은 사람은 4,000만 명이었다.

(전 세계를 일시멈춤으로 만든 2019년 발생한 전염병 코로나19의 사망자는 455만명(2021923일 현재), 확진자는 2.19억명이다.)

 

  세 번째로 전쟁으로부터의 자유이다.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사망 원인의 약 15%가 인간의 폭력이었던 반면, 20세기에는 그 비율이 5%, 21세기 초에는 약 1%로 줄었다. 그러나 2012년 전 세계 사망자 수는 5,600만 명이며 그중 62만 명이 폭력으로 사망하였으나 80만 명이 자살하였고, 150만 명이 당뇨로 사망하였다. 설탕이 화약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류의 과제인 기아, 역병, 전쟁이 줄고 있다면 그 다음의 과제는 무엇일까? 저자는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 투쟁에서 인류를 건져 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를 ‘호모데우스(신이 된 사람)’로 바꾸는 것이다. -(p.39)

 

 

불멸을 향한 인간의 도전은 구글 자회사인 칼리코(Calico)가 추구하는 죽음 해결하기에 구글벤처스는 36%를 투자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2050년에는 몸이 건강하고 은행 잔고가 충분한 모든 사람이 불멸을 시도할 거라고 주장한다.

생명 추구권, 자유 추구권, 행복 추구권이 1776년 미국 건국의 세 가지 권리였다. 추구권만 주어졌던 이전 산업사회와 달리 이제는 자유와 행복을 누릴 권리를 말한다. 아이스크림, 스포츠, 비디오게임에 이어 화학적 기제를 추구하면서 행복을 확보하고자 애쓰고 있다.

인간이 신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유전 암호를 고치고, 뇌 회로를 바꾸고, 생화학 물질의 균형을 바꾸는 등의 생명공학, ‘마음을 읽는 전기 헬멧을 쓰고 가전제품을 조작하는 사이보그 공학(인조인간 만들기), 생화학적 한계를 벗어나 가상세계와 비가상세계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비()유기체 합성이다.

 

21세기의 주력상품은 몸, 뇌, 마음이 될 것이고, 몸과 뇌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들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디킨슨의 영국과 마디의 수단 사이의 격차(산업화를 받아들인 영국은 신을 선택한 인도를 정복하였다.)보다 훨씬 클 것이다. 21세기 진보로 일부 사람들은 창조와 파괴를 주관하는 신성을 획득하는 반면, 뒤처진 사람들은 절멸에 직면할 것이다. -378p

 

역설적으로 우리는 상상 속 이야기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수록 그 환상에 집요하게 매달린다. 그 희생과 자신이 초래한 고통에 필사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정치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우리 아들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증후군이라고 부른다. 1915년 무리하게 전쟁을 일으키고 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물러나지 못한 이탈리아, 1997년 스코틀랜드 정부가 국민의 신임을 잃지 않기 위해 애초 추산했던 것보다 열 배를 들여 지은 건물에 관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다. 저자는 국가, , 돈과 같이 이야기하는 자아가 상상 속 이야기임을 말한다. 이야기하는 자아는 끝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어 이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려 한다고 말한다.

 

21세기 경제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마도 그 모든 잉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을 더 잘할 수 있는 높은 지능의 비의식적 알고리즘이 생긴다면, 의식을 가진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435p

 

자유주의가 직면한 세 가지 위협 중 첫째는 인간이 가치를 완전히 잃게 된다는 것, 둘째는 인간이 집단으로서의 가치는 유지하더라도 개인은 권위를 잃고, 외부 알고리즘의 관리받게 된다는 것, 셋째는 일부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어 필수 불가결한 동시에 해독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소규모 특권 집단을 이룰 거라는 점이다. -474p

 

20세기 인간의 거대한 프로젝트(기아, 역병, 전쟁을 극복하는 것)는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풍요, 건강, 평화의 보편적 표준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21세기의 새로운 프로젝트(불멸, 행복, 신성을 얻는 것) 역시 포부는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초인간 계급을 탄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건강한 사람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런 초인간들은 자유주의의 근본 바탕을 포기하고 보통 인간을 19세기 유럽인이 아프리카인을 대한 것처럼 대할 것이다.-479p

 

현대 인류는 소외 공포를 앓고 있고, 우리는 전보다 선택의 여지가 많아졌지만 선택한 것에 실제로 집중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냄새 맡고 집중하는 것뿐 아니라 꿈을 꾸는 능력도 잃고 있다.-495p

 

데이터 교는 두 모태 학문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데, 바로 컴퓨터 과학과 생물학이다. 둘 중 생물학이 더 중요하다. 실질적으로 데이터 교도들은 인간의 지식과 지혜를 믿지 않고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더 신뢰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경제란 욕망과 능력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그 데이터를 결정으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는 데이터를 나누어 처리하는 반면, 공산주의는 중앙에서 모두 처리한다. 자본주의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게 하는 반면, 공산주의는 하나의 중앙 프로세서가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고 모든 결정을 내리는 극단적인 상황이고, 사람들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 자본주의가 냉전에서 승리한 것은 중앙 집중식 데이터 처리보다 분산식 데이터 처리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자들은 시장의 힘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곡 자체적으로 교정된다고 믿는다. -511p

데이터 교도들에게 내려진 번째 계명은 가능한 한 많은 매체와 연결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함으로써 데이터 흐름을 극대화하라’, 두 번째 계명은 연결되기를 원치 않는 이단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시스템에 연결하라는 것이며 가장 큰 죄악은 데이터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교는 정보의 자유를 최고선으로 친다.

 

인본주의는 경험이 우리 안에서 일어나고, 우리는 일어나는 모든 일의 의미를 우리 안에서 찾음으로써 우주에 의미를 채워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데이터교도들은 경험은 공유되지 않으면 가치가 없고 우리는 자기 안에서 의미를 발견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자신의 경험을 기록해 거대한 데이터의 흐름에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알고리즘들이 그 경험의 의미를 알아내 우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해 줄 것이다. -529p

경험하면 기록하라. 기록하면 업로드하라. 업로드하면 공유하라.” 데이터교의 진리다.

 

여기서 잠깐!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도, 데이터교의 계명에 따르는 일인가?

맞다. 이미 데이터교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여행을 가면 휴대폰 사진을 찍느라 바쁘고, 맛있는 음식을 앞두고도 카메라로 흡족하게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린 후에야 가족들과 음식을 먹지 않는가? 이미 우리는 데이터교의 교도인가 보다.

 

신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인간 상상력은 생화학적 알고리즘의 산물이다.” 18세기에 인본주의는 신 중심적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신을 밀어냈다. 21세기에 데이터교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인간을 밀어낼 것이다.-534P

 

인본주의 종교는 인류를 숭배하고, 신과 자연법이 맡던 역할을 인류에게 기대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신성시한 인본주의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자신에게 충실하라. 자신을 믿어라. 마음 가는 대로 따르라. 자신이 좋다고 느끼는 것을 하라라는 믿음을 설파했다. 이제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하며 호모데우스가 되는 과정에서 아마 대다수 사피엔스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업무를 인간보다 잘하게 되면 직업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경제적으로 쓸모없어진 사람들 계급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노기술과 재생의학으로 새로운 젊음을 얻는다면 인간관계, 가족구조, 연금제도는 어떻게 바뀔까?

생명공학이 맞춤 아기를 탄생시키고 유례없는 빈부격차를 낳을 때 인간 사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오늘날 우리가 신봉하는 민주주의, 자유시장, 인권이 그때도 여전히 유효할까?-547P

 

인간은 결국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초지능적 네트워크를 창조할 것이다. 그런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것은 무엇일까?

언젠가 우리는 우리가 지난날 동물들에게 한 일을 그대로 돌려받을 거라는 하라리의 서늘한 예측은 그 어떤 말보다 섬뜩하게 들린다. -549P

 

 

  색인까지 합하면 620쪽에 달하는 양의 책을 읽기는 쉽지 않다. 역사와 현재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해박하고 통찰력 있는 지식을 가진 유발 하라리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그 범주가 넓음에 놀라게 된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지나온 발자국을 돌이켜 보면 내일은 짐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3000년 동안 이어온 농업시대를 300년 정도의 산업사회가 바꾸어 놓은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 반면 후세가 선대보다 부족하게 살게 되는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꽤 오래 붙들고 있던 책장은 덮었지만 후련함 보다는 답답함이 남는다. 미래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리될 것인가? 자꾸 의심이 생긴다.

 

  이 책은 불면증이 있는 분께 권한다. 어떤 부분은 재미있게 읽히지만 유발 하라리 특유의 풀어쓰기가 여러 번 반복되기도 하여 지루하기 그지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책을 붙들고 있을 것인가? 잠을 잘 것인가? 아마도 잠을 택하지 않을까? 인류가 어디로 가는 지 궁금하신 분께도 권한다. 우리 삶에도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는 물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