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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종원 <문해력 공부>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6. 9. 16:48

   저자 김종원은 <인문학적 성찰을 위한 8개의 질문>등 다수의 책을 쓴 저자이고, 인문 교육 전문가로 알려진 사람이다. 매년 1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부모와 아이의 갈등의 실마리를 찾아 사색했고, ‘문해력’에서 답을 찾았다고 한다. 문해력을 영어 단어 리터러시(literacy), 즉, 읽고 쓰는 능력에서 차용했으며, 이는 이미 배웠던 바를 새로운 상황에 맞게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작가는 서문에 책의 내용을 요약하여 전달한다.

책 <문해력 공부>에서 작가는 문해력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 인간은 자신이 느끼고 상상한 만큼 성장할 수 있다. 앞으로의 세상을 더 멋지게 살고 싶다면 단순하게 누군가에게 지식을 배우는 수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한 ‘자기만의 지식’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스스로가 하나의 근사한 세계가 되어, 앞을 알 수 없어 두려움만 가득한 이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문해력을 가진 사람은 앞으로 이런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 ”(p.9)

“인공 지능에 대항할 인간의 가장 막강한 힘은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균형에 있는데, 그걸 잃고 사는 사람이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불행하게도 다수의 생명이 기계와 같은 삶을 자처하고 있다.”(p.11)

 

   그러면 문해력이 낮으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정희진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낮은 문해력은 소통과 직결되므로 사회 갈등의 주원인이 된다. 사회 갈등은 총기 난사와 인종 차별로 얼룩진 미국, 내전 중인 지역들, 한국 모두 심각하지만 우리의 갈등은 약간 다른 양상인 듯하다. 그들은 ’진짜‘사회 갈등을 겪고 있고, 우리는 문해력 부족으로 인한 의미 없는 소모전인 경우가 많다. 더구나 이를 진보-보수라는 내용으로 소위 식자층이 주도하고 있으니 더욱 심란하다.(한계레신문, 정희진, 문해력’최하위‘한국, 2021.5.11.)

또 우리 사회의 문해력의 문제로 인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사람과의 대화처럼 괴로운 일도 없다. 게다가 위계 관계 때문에 그런 재앙을 피할 수 없을 때의 스트레스와 분노는 몸의 면역력을 망가뜨린다. 소통 불가능성은 일상이 되었다. 소위 관종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생계와 명예(?)를 위해, 말이 안 되는 소리로 도발한다. 그들은 허언으로 돈을 챙기는 이들이다. ‘

 

   정보통신강국이라는 미명하에 플랫폼(네이버, 다음, 유투브)의 검색이 공부의 자리를 대신한다. 뉴스를 걸러낼 주체성이 없는 사람들이 언론이 제공하는 자료에 이리 저리 쏠린다. 거기에 정치권이 이분법으로 진보와 보수로 나누고, 여성과 남성으로 나눈다. 어떤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사회는 출렁인다. 우리 사회의 여론이 냄비끓듯이 끓는다는 것은 주체성이 없이 이리 저리 쏠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비유가 아닐까 한다.

 

   안다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저자는 문해력의 답을 실천에서 찾고 있다.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은 제대로 알지 못해서이다.”(p.68)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문해력을 이렇게 정의한다.

’문해력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미지, 환경, 사건을 텍스트로 만들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래서 문해력이란 시각적 감각이 필수다.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오직 나만 알 수 있다. ... 나만 쓸 수 있는 글, 나만 할 수 있는 말이 되는 것이다. ‘(p.279)

   그리고 덧붙여 세상을 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즉, 문해력을 갖는 방법을 제시한다.

‘망치만 가진 사람은 모든 문제가 못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자신이 보유한 유일한 무기가 최고의 무기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 부와 권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비정상적으로 무언가를 설득하고 주장한다면 귀를 막아 그의 소리를 차단하고, 눈을 더 그가 손에 무엇을 들고 있는지 보라. “그의 말이 아닌 그의 무기를 보라. 그의 주장이 아닌 그의 전술을 보라.”(p.280)

 

  책 제목이 <문해력 공부> 딱딱함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다작을 한 유명한 작가 중에 한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책을 어떻게 쓰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지를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더구나 ’혼란한 세상에 맞설 내공‘이라고 소개한 책의 부제가 왠지 사족(蛇足)이 많은 책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갖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단 한 문장이라도 내가 찾을 수 있다면 이 책의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사색‘이라는 단어를 꼽고 싶다. 작가가 1234법칙을 실천한다고 한다. 1일 1식, 2시간 독서, 3시간 수면, 4시간 사색이라는 법칙을 스스로 실천한다고 한다. 사색이야말로 작가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게 한 원천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작가의 다양한 제안들이 너무 많은 나머지 이전에 다작으로 유명한 어떤 작가가 알고리즘처럼 떠오른다는 점에서는 다소 아쉽다.

 

 오늘 독서동아리 모임에서 <문해력공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각이 보는 시선이 다르기에 찾은 문장도 달랐고, 이야기도 달랐다.

그래서 이 모임 값지고, 아름다운 시간이 되었다.

문해력의 첫 걸음은 <나>에서 출발한다.

칠엽수는 마로니에의 우리말이다. 잎이 일곱개라서 칠엽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