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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평균의 종말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5. 31. 16:37

평균의 허상에 물음표 달기

 

  이 책을 읽는 당신과 나는 평균이 출생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면을 특징지으며 자존심의 가장 내밀한 판단에까지 침투해 있는 세계에서 태어났다. (P.69) 거기에 “왜”“라는 물음으로 물음표를 단다.

 

‘인간 만사에서는 오랫동안 당연시해왔던 문제들에도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 ’(버트렌드 러셀, 영국의 철학자)

 

저자 토트 로즈는 교육신경과학 분야의 선도적인 사상가로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지성 두뇌교육 프로그램과 개개인학 연구소, 스위스 생체 모방과학 연구소에서 활동중이다. 그의 평범하지 않은 경력이 이 책과 맞닿아 있다. 중학교 때 ADHD 장애 판정을 받았고 성적 미달로 고등학교를 중퇴하였다. 그후 검정고시를 보고 지역대학에 입학하였으나 야간수업을 들으며 주경야독 끝에 하버드대학교 인간발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이다. 그 후 천체물리학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그의 학습 방식을 보면 빌게이츠가 예찬하는 “빅히스토리”의 학습방법이 떠오르기도 한다. 빅히스토리(Big History)는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서 한 발짝씩 나아가는 방식으로 과다한 정보 중에서 걸러내는 공부를 지향하는 학문이다.

 

이 책의 전제는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미국 공군에서 조종석의 장치를 평균 수치에 맞춘 일과 미인의 표본으로 만든 여성 조각상인 노르마와 일치하는 여성을 찾는 대회에서 1명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 등을 들려주며 평균적인 인간을 바탕으로 삼아 설계된 시스템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1. 평균의 시대

 

‘평균’이라는 개념은 1819년 수학 박사인 케틀레에 의해 도입되었다. 천문학자들의 측정값이 매번 다르자 이를 취합해 평균적 측정값을 산출하는 “평균법”을 사람들에게 응용하면서부터다.

평균법을 사람의 신체 치수에 도입하면서 평균 키, 몸무게, 결혼연령 등등 글기ㅗ 우리가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BMI(체질량지수)를 고안해 냈다. 그 후 A형 성격, 신경증형, 리더형 등으로 규정짓는 유형으로 발전해 나간다. (P.55)

이미 200년전에 만든 이런 평균값에 의해 우리를 어떤 어떤 유형으로 묶는 것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케틀레의 평균이론은 프레터릭 윈슬로 테일러(Taylor)에 의해 표준화시스템으로 자리잡으면서 인간이 아닌 시스템이 최우선이 되었다. 테일러는 ‘관리자’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내가 지금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와 “이 사람이 나에게 바라는 일이 무엇인가?”를 묻되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하는 사람의 뜻을 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테일러주의는 학교교육에도 영향을 미쳐서 표준화된 시민을 길러내는 역할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

테일러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평등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며 우등생과 열등생으로 구분하여 우월한 두뇌를 타고난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손다이크다. 손다이크는 한 가지 일에 재능있는 사람은 다른 대부분의 일에도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프랜시스 골턴의 계층론을 지지하였다. 그리하여 1890년부터 이어진 평균주의는 우리 모두가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되되 더 뛰어나려고 기를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평균의 시대를 특징짓는 두가지 가정

평균이 이상적인 것이며 개개인은 오류(케틀레의 신념)

한 가지 일에 탁월한 사람은 대다수의 일에서 탁월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골턴의 신념)

 

평균주의의 함정(피터 몰레나, 에스터텔렌의 발견)

개개인은 오류가 아니며 개개인을(재능, 지능, 성격 같은) 가장 중시되는 인간 자질에 따라 점수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

정상적 발달의 함정-아기는 배밀이를 꼭 거쳐야만 걷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 아기도 걷는다. 아기마다 방법이 다르다.

 

2. 평균주의의 권위를 뛰어넘는 3가지 원칙

1)들쭉날쭉의 원칙

2)맥락의 원칙

3)경로의 원칙

 

1)들쭉날쭉의 원칙

사람의 재능은 들쭉날쭉하며 한 가지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다른 일도 잘할 수있다는 평균주의적 해석이 잘못 되었음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농구선수의 경우 득점, 리바운드, 공 가로채기, 어시스트, 블로킹은 서로 별 연관성이 없다. 실제로 뛰어난 선수라 할 만한 ‘5툴선수’는 아주아주 드물다.(p.130) 1950sus 이후 NBA의 선수 수 만명 중 5가지 차원 모두 팀내 최고 실력인 선수는 5명 뿐이다.(P.130)

 

2)맥락의 원칙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시멜로 실험은 참을성 있게 기다린 아이가 마시멜로를 선물 받고, 나중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셀레스트 키드라는 과학자는 자제력은 특정 상황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으며 맥락이 간과되어 있음을 간파해 냈다. 신뢰할 만한 상황군의 아이들은 2/3정도의 아이들이 15분이 넘게 기다리는 반면, 신뢰할만한 상황군이 아닌 아이들은 1/2이 어른이 나가고 1분도 되지 않아 마시멜로를 먹었다. 자제력이 성공의 열쇠라는 식의 본질주의 사고관은 고정된 성격이 없이 상황에 다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대응방법을 무시한 채 사람을 규정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3)경로의 원칙

   테일러의 공장 근무시간 표준화는 우리 교육 시스템에도 경직된 경로를 정해 주었다. 고정된 수업시간, 등교일, 고정 학기 시스템으로 똑같이 교육하는 시스템을 거쳐 성공 경로에 이른다는 믿음 말이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트레이서는 파푸아뉴기니 원주민인 오(AU)족의 아기가 기어다니는 과정 없이 엉덩이끌기 단계를 거치며 걷게 되는데 기어다닐 경우 기생충 감염이 위험하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규범적 사고, 즉 인간의 발달에서는 보편적인 고정 순서가 없다는 사실이다.

 

 

3. 평균없는 세상

저자는 평균없는 세상에 대한 대안으로 개개인성의 원칙(개개인의 자유, 창의력, 책임 의식, 자유로운 모험심 등)으로 성장하는 기업의 예로 코스트코, 조호, 모닝스타의 사례를 제시한다. 2008년 금융위기에 직원의 급여를 인상한 코스트코의 사례는 개개인의 충성심과 의욕, 열의를 갖게 하는 데 충분해 보인다.

 

교육에 대한 비전

많은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도 전공 분야의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너무 많은 고용주가 보수 좋은 고급직의 직원 채용에 애를 먹고 있고, 너무 많은 고용주가 채용 졸업생들이 직무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푸념하는 (p.240) 상황은 승자 없는 게임임을 저자는 말한다.

 

 평균주의를 벗어나 학생 개개인을 중요시하는 시스템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세가지 개념

-학위가 아닌 자격증을 수여하자

-성적 대신 실력을 평가하자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을 허용하자

 

   우리나라는 특히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어낸 나라로서 그동안 국민 모두가 경제 개발에 매진하도록 가장 효과적인 것을 추구해 왔다. 교육과정에서도 빨리빨리 습득하는 학생을 대규모로 양산하는데에 초점을 맞추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속도가 아닌 방향”을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시점에 저자가 내놓은 평균의 종말과 그에 대한 대안은 시기적으로 반갑기까지 하다.

   직장, 교육, 사회조직이 개개인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큰 울임으로 다가온다. 평균주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러니 더더욱 우리 후손들은 이 평균주의를 벗어나 개개인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데에 크게 공감한다.

 

   이 책은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이런 배경을 알고 교육에 이하는 것과 모르고 임하는 것은 분명 결과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