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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

눈 온 다음날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1. 19. 09:59

소복하게 밥그릇에  따뜻한 쌀밥을 담은 그림이다.  

 

눈 장난도 해 본다.

회양목이 머리 위에 얹고 있는 눈이 포근해 보인다.

오래간만에 오는 눈이라 00년대생, 90년대생, 80년대생, 70년대생, 심지어 60년대생도 나왔다.  밤 8시, 영하 7도

 

 

  지난 1월 7일, 1월 13일에 이어 1월 18일에도 눈이 내렸다. 근래에 오지 않던 눈이 오니 반가운 마음에 빵을 산다는 구실을 삼아 눈 구경을 나갔다.  영하 7도라도, 양말을 안 신었어도,  신발 속으로 눈이 들어와도 즐겁다. 00년대 생들이 목소리가 한 옥타브는 올린 채로 친구들과 정담이 한창이다.

  겨울에는 눈이 내려야 겨울답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도 눈이 있으면 덜 춥게 느낀다. 간혹 어제처럼 날씨가 추워질라치면 쌓인 눈을 몰아치면서 바람이 불면 더 춥게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눈은 반갑다.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난 듯하다.

   유치원 앞에 놓은 큰 화분에 가을에 예쁘게 자주색 국화가 피었는데 그 자리에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밥공기에 소복하게 김이 모락모락나는 흰쌀밥을 담아 밥상에 올려주던 어머니의 정성 어린 밥 한 그릇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밥을 밥그릇 가득 담아 먹지는 않는다.  밥을 먹고 디저트를 먹을 요량으로 그런지 예전처럼 밥공기에 밥을 가득 담아 먹는 사람을 본 지 오래되었다.

  눈 내린 학교를 한 바퀴 돌다가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눈장난도 한 번 해 본다.  눈은 심심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다.  비처럼  곧바로 흘러가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서 한동안 머무른다.  또, 소리도 없이 언제 오는지 알 수 없게  저 혼자서 쌓인다. 

  출퇴근길이 걱정이고 도로에 부리는 염화칼슘이 차를 부식시키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을 뒤로 할만큼 눈은 좋은 선물이다.  모처럼 새로운 장난감을 받은 아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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